[기고] 인천 함박마을 고려인은 외국인인가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이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세 번째 도전중이다. 함박마을은 1990년대 1기 신도시와 함께 건설된 곳이니 다른 원도심의 재생지역보다는 노후화가 덜한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뉴딜사업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넘어서 주민 주도로 갈등의 해소와 문화융합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함박마을에는 고려인이 4천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고려인이 모인 이유는 원도심 중에는 학군이 좋고 보증금 없는 저렴한 임대료, 남동공단이 가까운 이유 등 때문이다. 물론 비좁은 원룸에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까지 함께 생활하니 환경이 열악하기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고려인은 국적은 러시아인이지만 역사가 증명하는 우리 동포이다. 센터장을 맏고 고려인과 만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들을 외국인이라 할 수 있을까. 서툴지만 선명했던 어느 고려인 엄마의 말이 스친다.

“우린 한국인을 낳아서 키우고 있어요.”

대부분의 고려인은 다자녀를 출산한다. 인구 절벽에 선 우리에겐 감사한 일이다. 돈벌이를 위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대한민국이란 조상의 나라를 찾아 비좁고 열악한 공간에 둥지를 튼 것이다. 그렇게 고려인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함박마을에는 그들을 위한 동네슈퍼가 문을 열었고, 러시아 등 외국 음식점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고려인의 문화적 차이로 쓰레기, 교육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고려인과 주민간의 갈등으로 구청에서는 곳곳에 러시아말로 분리수거 안내판을 붙이고 있다. 많은 고려인이 한국말에 서툴다. 언어로 인한 문제는 자녀들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교육현장에서도 나타났다. 고려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 시스템, 학업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전체 교육의 질을 낮춘다는 다른 학부모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언어와 비자 문제는 좋은 일자리 찾기에 걸림돌이 되고,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자녀의 유치원비와 사교육비 문제는 절박한 현실이었으리라. 일부 고려인은 맞벌이를 위해 자녀들의 육아를 맡아줄 할머니를 고국에서 모셔왔지만, 함께 어울리고 춤추기 문화에 익숙한 고려인 할머니들은 비좁은 공간과 언어의 장벽 앞에 갇혀 고독감과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며, 새로운 노인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내가 만난 고려인 노인분들 중에는 어떤 것도 상관없으니 공공근로나 작은 일자리를 절박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함박마을이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면 비좁은 원룸을 벗어나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공동육아시설과 방과후 공부방, 주민이 문화를 나누고 교류할 사랑방 공간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니 함박마을의 뉴딜사업 선정은 주민들의 염원이 되었다.

물론 함박마을에는 고려인만 사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함박마을의 위기 극복을 위해 고려인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주민들이 먼저 빗장을 걷고 나서서 함께 주민협의체를 조직하고 다양한 활동들에 나서고 있다.

함박마을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갈등이 기회로 바뀌고 러시아문화를 즐기려는 주민의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관광컨텐츠가 될 수있다. 함박마을의 고려인은 우리에게 기회와 경쟁력을 반드시 줄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고려인의 한 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외국인이 아니라 동포로 봐 주세요.”

강도윤 ㈔인천도시재생연구원 원장연수구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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