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에 폭발하는 것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99도까지 고요하던 물이 1도가 더해져 끓어오르는 현상이 좋은 예다. 티핑포인트는 주로 대형 사건이나 마케팅 등에 인용되지만, 청년정책에도 예외는 아니다. 노력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 스타트업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을 무기로 도전장을 던진 청년들에게 세상은 만만찮은 가시밭길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청년정책의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영국 런던이 적절한 사례다. 성공적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이 런던에 몰리게 된 데는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이 배경이 됐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배우며 노하우를 익혀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다. 여럿이 모이면 주변에 분명히 본받을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해답이 나온다. 인적 네트워크는 동서양, 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고 필수 요소인 셈이다.
남동구는 안 쓰는 건축물을 활용해 꿈꾸는 청년들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을 조성 중이다. 애초 구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장기간 방치되다시피 했던 남동타워가 주 무대다. 이름도 남동타워에서 ‘남동구 청년 미디어타워’로 바꿨다. 당연히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미디어 제작을 위한 공간이다. 타워 2층에 영상과 음악 스튜디오 등 청년 미디어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미디어 콘텐츠를 창작하고, 창업이나 취업을 위한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같은 꿈을 가진 청년들이 작업하다 수다를 떨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그려본다. 120m 높이의 타워에 그들만의 아지트가 생긴 셈이랄까.
지난해 문을 연 청년창업지원센터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대했는데 놀라울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는 곳이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협업해 온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인적 네트워크가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효과를 내는 것이다. 남동구 청년 미디어타워는 오는 7월 문을 열 예정이다. 조금 더 일찍 선보이려 했지만 오랜 시간 안 쓰던 공간이다 보니 손댈 곳이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문 미디어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만큼 청년들을 위한 더 나은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현안 중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이끄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청년실업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 지도 벌써 여러 해다. 그럼에도 청년 일자리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청년들이 일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확고한 비전으로 세상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이강호 인천시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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