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2사단은 해병대 대원들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던 몰카범을 현장에서 제압하며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10일 밝혔다.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은 해병대 제2사단 백호여단 소속의 이병국 병장(21), 박주용 상병(20), 김태진 일병(21) 등 세 해병.
이들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30분께 휴가를 맞아 집으로 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고 가던 중 한 여성의 비명을 듣고 곧바로 소리가 난 현장으로 달려갔다. 여성은 주변에 있던 한 남성이 자신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세 해병은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성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확인해봐도 괜찮을지 물었다. 남성은 혐의를 부인하며 휴대전화를 보여줄 것을 거절했으나 계속된 요구로 휴대전화 사진첩의 첫 화면을 보여줬다. 세 해병이 사진첩을 넘기며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들이 있었다.
직후 남성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자 세 해병은 남성을 제압해 사람들과 떨어진 구역으로 데려가 여성의 안전을 확보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한 세 해병은 다음 정거장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남성을 데리고 내려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남성은 계속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도망치려 했으나,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단련을 해온 현역 군인들을 뿌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곧이어 상암파출소 소속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세 해병은 남성과 휴대전화를 경찰에 인계하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경찰과 피해 여성은 해병대원들의 소속과 인적사항을 확인했고, 그날 오후 피해 여성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가 왔다.
여성은 “바쁜 와중에도 다들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움을 주셔서 감동했다”라며 “덕분에 조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병국 병장은 지난 4일 전역일이 도래함에 따라 명예롭게 군문을 떠났다. 박주용 일병과 김태진 일병은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서부전선 최전방 경계작전부대 소초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주용 상병은 “사건 발생 당시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다”며 “군복을 입은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일병은 “언제든 범죄 상황을 마주한다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김포=양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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