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reshoringㆍ자국기업의 본국회귀) 정책이 요즘 화두다. 새로운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기업들의 제조기지 해외이전으로 본국의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대량실직과 글로벌공급망의 붕괴를 겪게 되자 나라마다 앞다투어 자국기업의 본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제조기반이 중국에 집중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이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리쇼어링을 추진해 온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현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 힘입어 연평균 369개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최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도 아베 정부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양적완화 통화정책과 과감한 지원으로 기업의 국내복귀가 늘자 실업률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유턴을 방해하는 법 개정과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아이디어로 리쇼어링과 외국기업 유치를 병행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을 법으로 보장하고, 4차 산업 혁명 기반기술을 활용해 생산비를 낮추어 해외로 나간 자국기업들을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12월부터 유턴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산업통상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70개 기업만이 국내로 돌아왔을 만큼 성과는 미미하다. 그나마도 복귀한 상당수 기업이 정상적인 조업이 안 되는 실정임을 볼 때, 지금까지의 유턴정책의 문제를 분석하여 지원방향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턴이 미흡한 것은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수시장만으로도 기업경영이 가능하거나, 기술력이 크다면 자국에 기업이 위치해도 기업경영과 판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로를 위해 위치가 중요하다.
둘째는 국내기업과 형평성 문제로 유턴기업만 차별해서 지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유턴절차가 까다롭고 지원 사항도 미흡하게 되어 기업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해 국내기업과 유턴기업 모두에 적용하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크게 제기되지 않는다. 유턴기업 입장에서도 낮아진 문턱 때문에 본국회귀가 쉽게 되었다.
셋째는 대기업 유턴지원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제조 대기업의 유턴은 동반 진출한 중소, 중견 협력업체들의 유턴이 함께 일어나 국내 산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실업률을 낮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이들의 국내복귀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지난 5월10일 ‘한국 기업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유치를 위한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유턴을 막는 각종 법과 규제가 완화, 철폐되길 기대한다. 유턴 입지 최적지로 선호되는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탓에 오히려 유치에 더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기업은 국내에서 경영할 수 있다면 돌아올 것이다.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애국심에 호소가 아닌 기업이 원하는 것을 읽고 대응하는 정부의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이 리쇼어링 성패의 관건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