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이후 남북 보건의료 체계 구축 필요

70년이 넘는 분단 세월 동안 남북의 보건의료 인프라와 의료기술 격차는 상당히 크게 벌어져 있고, 이런 상황이 향후 통일을 준비할 때 사회적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북한은 과거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등의 국가주도형 사회주의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1990년대 구 소련 체제 붕괴와 잇따른 자연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에 처했고, 보건의료체계의 기능도 거의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북한 간 평균 기대수명 차이가 약 11년에 달하고 질병 형태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보건의료부문은 가장 안정적인 남북 간 통로이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영역이며, 번영으로 가는 철로의 한 축이기 때문에 사후적이기보다는 선제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남북 관계에 있어서 경제적 이윤만이 앞서 서는 안 되며, 경제교류가 야기할 문제들을 사전, 사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북간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경험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동서독간 격차 해소를 위해 보건의료분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펼쳐왔다.

특히 동독과 서독은 1974년에 상호 보건의료 협정을 체결하고 동독의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서독이 재정적인 지원을 펼치는 등 인적ㆍ물적 교류를 지속했다.

동서독은 보건의료 협정서에 감염성 질병의 예방과 퇴치문제에 관한 상호 정보 교환, 동서독 주민이 상대지역 방문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서비스 제공, 동서독 주민이 원하면 상대편 국가에서 특수 치료와 전지요양서비스 제공,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소지 및 소포 발송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동서냉전이 지속되던 1980년대까지 양국간의 지속적인 보건의료 분야 교류를 이어갔다. 독일의 통일경험처럼 남북이 감염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 방역사업 추진과 동시에 다른 보건의료 분야로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남북협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남북 보건안보공동체의 구현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보건안보공동체를 형성할 경우 사회 문화 및 경제 등 남북 교류협력 전반을 견인함은 물론 군사적 신뢰구축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건강공동체가 한반도 공동체 형성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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