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제나 봄바람처럼 따뜻했던 선생님께

김명숙 교감 선생님께,

지난 1월말경이었던가, 국내 최초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해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한다고 할 때만 해도 학교는 겨울방학 중이었다. 그저 중국 우한지역에서 확산된 감염병으로 인접국에 국한된 일로만 여겼던 때로 기억된다. 그런데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하고, 생전 처음 겪는 마스크 대란을 경험한 와중에 우리의 학교 역시 3차례에 걸쳐 개학을 미뤄 급기야 온라인 개학이라는 생소한 학기가 시작됐다. 계절은 진즉 봄이 된지 오래되었건만 아이들이 없는 학교라선지 시간을 거슬러 우리의 마음엔 아직도 겨울방학에 머무른 느낌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황 없던 차에 퇴임을 맞아 떠나가신 선생님의 쓸쓸한 뒤안길만큼이나 지금의 학교의 모습 역시 그리운 사람들을 보지 못해 아쉽고 썰렁한 교정이 됐다. 교장실에 들어와 자기들이 개발한 창의적 춤을 봐 달라며 신나게 재잘거리며 율동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없고, 평소 짙게 화장을 하고 나오던 상순이도,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고 와 늘 지적 받으면서도 ‘예쁜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항의하던 상미도 오늘은 왠지 많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학교 교정의 매화가 화창한 봄날을 알려주는 오후, 그리운 선배님 생각이 믄뜩 드는 건 웬일일까?

한 번의 미팅도 없이 그저 코로나 감염병이 잠잠해지면 뵙자는 인사를 끝으로 그렇게 선배님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비상 시국을 핑계로 근 40여 년을 봉직하신 교육 열정의 수고로움에 대해 면(面)대면(面) 위로와 격려의 말씀도 변변히 나누지 못한 채 작별한 마음 심히 무겁기만 하다.

언젠가부터인가 우리 교직 사회에서는 퇴임하시는 선생님에 대한 퇴임 행사를 생략하고 송별회에서 간단한 인사말로 이별을 대신하곤 했지요. 그런데 선배님의 경우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급함에 송별회(送別會)마저도 생략하다 보니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 참 가누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여느 일반직 공무원처럼 단 몇 개월간의 공로 연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근무일까지 학교 인수인계로 마무리 업무 하시느라 밤늦게 퇴근하셨다는 말씀이 가슴에 늘 맺힌다. 학교 안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오직 제자 걱정, 학교 생각으로 일관한 그 삶이 정녕 피곤하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에게는 학교 관리자가 아닌 언니와 누나 마인드로 애로사항을 들어주고자 고심하셨던게 생각나고 아이들에겐 때론 엄마처럼, 친절한 동네 어른처럼 따뜻한 모습으로 어려움에 처한 제자 사랑을 실천해 오셨던 선생님의 모습 하나 하나가 가히 성인(聖人)의 경지로 다가와 감동의 물결 그 자체로 여겨진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마음 아파했던 흔적들을 비우고 좋은 일만 기억하시길 소원해 본다. 더불어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학교로 이어졌던 반복적인 길에서 벗어나 쉴새 없이 달려왔던 지난 날을 위로해 줄 새로운 인생 서막을 준비하시길 저만치서 소원해 본다. 그 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 만나고 싶었지만 시간을 못내어 소홀히 했던 사람들을 찾아 즐거운 힐링 마음껏 하셔서 행복을 담는 그룻의 크기를 넓혀 보시기 간절히 바라본다.

존경하는 선생님!

간 밤에 소리 없이 봄비가 내렸다. 낮에 내리지 않고 밤에 몰래 내려 만물의 생장을 촉진시켜 주는 그 봄비가 어쩜 소리 없이 제자 사랑을 실천해 오신 선배님의 교직 인생을 닮았다 여겨진다. 이제 곧 온라인 개학을 마무리하고 북적이는 아이들이 저 교문을 향해 밝은 표정 지으며 뛰어 올 날이 다가 올 것이다. 오늘,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을 더욱 반갑게 맞을 수 있는 배움터를 돌아보며 그토록 제자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참 스승으로서 귀감 되신 선생님을 오늘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길 기원하면서….

최동호 상원여자중학교 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