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K-건강보험의 가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K-방역이라는 브랜드로 세계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다면, K-방역은 세계로부터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될 듯싶다. 얼마 전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 4월호는 우리나라에 대한 특별분석기사를 싣고 있는데, 이것이 ‘코리아 재평가’의 신호탄이 되어 세계가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신뢰하고, 우리나라의 제품을 믿고 구매함으로써 과거 수십 년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감수해야 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 그럼 이 시점에서 어떻게 K-방역이 세계표준이 될 수 있었을까? 방역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정확한 분석과 역학조사, 빠른 대응지침, 의료체계와 의료인들의 헌신, 국민의 협조…. 물론 모두 K-방역의 일등 공신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이다.

즉, 건강보험 재원으로 진단비를 지원하여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빠른 검사와 진단이 가능했고, 확진자에게는 건강보험에서 80%, 국가에서 20% 부담 함으로써 본인부담 없이 조기치료가 가능했다.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은 개인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진단비는 국가에서 부담하나 치료비(평균 4천300만 원)는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하니 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외국의 복지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험료와 높은 의료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소득의 14.6%, 프랑스는 13%, 비교적 낮다는 이웃 일본도 10%의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6.67%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마저도 사업주와 본인이 절반씩 부담한다. 반면, 낮은 보험료 수준에 비해 의료접근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7년도 기준 OECD의 외래이용 평균횟수는 6.8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6.6회이다. 평균 입원일수도 OECD 평균 8.1일인데 우리나라는 18.5일이다. 이러한 높은 의료접근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가능했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축적된 확진자들의 기저질환자료를 방역 당국에 제공하여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토록 했고, 기저질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군을 분류하여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중증환자는 의료기관에 배치하여 치료가 집중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지난 17일 기준 완치율은 73.6%, 치명률은 2.16%로 해외의 확진자 대비 완치율 22.8%, 치명률 6.71%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고 있지만, 잘 관리하면 코리아 재평가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K-건강보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K-방역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모든 국민이 실천하고 새로운 사회트렌드로서 정착될 때 K-방역은 마침내 진정한 세계표준이 될 것이며, 그때 코리아도 재평가되어 보건은 물론,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성진 건강보험공단 의정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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