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듯하게 했다’는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보내고 있다. 잠시 숨고르기 하며 곧 지나가리라 여겼지만 한 차례 연기된 개학이 몇 차례 더 연기되더니 한국전쟁 때도 열었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난생 처음 듣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참 이상한 나라’의 영상은 시키지 않아도 기부금을 내고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자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생업을 접고 봉사활동에 나서며 어려울 때 공동체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연상됐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속 100km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남극의 혹한 추위 속에서 황제펭귄들은 어린 새끼와 알을 지켜낸다.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한다. 그들은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낸다. 황금펭귄이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비결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자 학교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정작 현장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고 정책이 결정됐다는 불만에서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노하우나 기자재 부족, 교사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수업에 사용한 자료의 저작권 시비, 무엇보다 수업이 만들어지는 여러 외적 조건은 배제된 채 대형 온라인 학원기업의 수업과 단순 비교되어 평가될 때 입게 될 상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참 이상한 나라’는 학교에서도 진행됐다. 다양한 형태로 선생님들이 어우러져 수업준비하는 모습,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생활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담임교사의 모습, 서로의 간절한 그리움 끝에 남는 아쉬움은 ‘교육은 만나고 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는 얼마 전 우리 교육청 직원들과 나눈 글에서 엄중한 때일수록 하는 일에 교육의 본질을 담도록 노력하자 했다. 학교는 얼마나 힘들까. 학부모님들은 얼마나 불안하시고 신입생들은 얼마나 교복이 입고 싶을까. 새로운 교육환경의 요구 앞에 선생님들은 얼마나 고민이 많으실까. 이런것이 우리들의 고민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장학행정의 본질이며 현장지원의 구체화라고 했다. 우리도 힘들고 어렵지만 더 큰 어려움 겪고 있는 현장의 선생님들 살피며 이겨내자 했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드니 자연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많이 줄었다. 최대한 적게 이동하면서 일하고 새로운 배움의 방법에 대한 고찰과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이 전염병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재난은 이 사회를, 우리 모습을 날것으로 드러내니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화염나비떼 잔인하게 피워 올리는 봄, 왁자지껄 아이들 화사한 웃음소리 따라 조용히 읊조려 본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교사입니다.’
이범희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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