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도 접경지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돼 공포에 떨고 있다.
그동안 파주ㆍ연천 등지에서 주로 출몰하던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최근 포천에서도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경기북부권을 중심으로 감염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찾은 포천의 한 야산. 꽃샘추위가 덮친 산속에서 하얀 방역복을 입은 방역 관계자 5명이 포획틀을 점검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가로 2m, 세로 1.3m, 폭 0.7m가량의 철제 포획틀을 청소하고 옥수수 등 사료를 미끼로 놓느라 한창이었다.
이날 방역활동에 나선 포천시 관계자는 “전날(21일) 우리 지역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최초로 발견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며 “농번기를 맞아 수렵꾼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만큼 ASF가 다시 번질 우려가 있어 포획틀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연천과 포천에서 폐사한 야생멧돼지 중 2마리(각각 1마리)가 ASF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국내 ASF 발병건수는 사육돼지 14건, 야생멧돼지 55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야생멧돼지 550건 중 절반이 넘는 305건(55%)이 경기지역(연천 213ㆍ파주 91ㆍ포천 1)에서 발생했다.
사육돼지 감염은 지난해 10월9일 연천에서 발생한 사례를 끝으로 멈췄지만, 접경지 인근에서의 야생멧돼지 감염은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야생멧돼지 ASF 발병은 지난해 10~12월 55건, 올해 1~4월 495건으로 수치상으론 800% 이상 늘었다.
이를 경기도권으로 한정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10~12월 38건(연천 19ㆍ파주 19), 올해 1~4월 267건(연천 194ㆍ파주 72ㆍ포천 1)으로 7배나 증가했다.
심지어 지금껏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집중 발견되던 파주ㆍ연천을 넘어, 포천까지 영역이 넓어지면서 감염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에 경기도는 방역 강화를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ASF 현장상황실을 운영 중으로, 농가 예찰 및 점검에 나서는 중이다.
환경부 역시 경기북부권에 설치된 울타리를 집중 점검, 야생멧돼지 ASF가 발생하지 않은 주변 지역으로 감염된 개체가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 범위가 확대되지 않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발생지역의 지리적 여건과 토지 이용현황 등에 맞는 종합 전략으로 ASF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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