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인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얼마 전 부산 강서구의 한 지구대 앞에서 20대로 보이는 지체장애인의 선행이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그는 마스크 11장과 사탕, 그리고 한 장의 손편지를 전달했다. 부자들만이 기부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선행을 베푼 청년의 의미 있는 기부가 우리 사회를 하나로 결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한때 장애우라는 용어가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장애우, 장애인, 장애자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모두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람들마다 쓰는 용어는 서로 다르다. 장애우라는 단어를 1인칭으로는 쓸 수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우라는 용어의 사용을 싫어한다는 지적이 많아 어느 순간 그 명칭은 자취를 감쳐 버렸다.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 재난 취약계층, 재난 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은 2018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6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으며 우리 소방서 관할인 안양시의 경우만 해도 등록된 장애인 수는 2020년 1월 말 기준 2만1천39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중순경에는 부산 연제구의 한 주택에서 거동이 불편했던 국가유공자인 60대 장애인이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사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도 있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약 5배나 높다는 통계수치가 있어 재난발생 시 최초 상황인지 및 대응이 어려워 큰 피해로 직결되는 확률이 높았다. 이에 시각, 청각, 지적, 발달, 정신, 지체 부자유자 등 다양한 장애유형에 따라 재난 시 대응할 수 있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맞춤형 안전교육의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조력자 및 소방, 경찰 등으로 구성된 대피를 위한 팀 구성 등 신속한 대응체계의 유기적 통합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함을 말해 준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4개 세부추진 과제로 구성된 장애인 안전종합대책에서 분야별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정진해 왔다. 우리 소방의 소관 과제인 화재 등 긴급재난 발생 시 음성신고가 불가능한 청각, 언어 장애인들이 영상, 문자, 앱 등을 통해 신고가 가능하도록 구성한 119 다매체 신고서비스와 제공된 정보를 사전에 숙지하여 신속한 현장활동을 위한 유비쿼터스 119 안심콜 서비스, 그리고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의 보급 확산 등 장애인을 위한 안전한 생활환경과 주거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의 고무적인 움직임 중 하나는 시각, 지체장애인 및 가족 등 조력자를 위한 재난대응 표준 매뉴얼을 점자책자화 하여 안양소방서 관내 10여 개 안마원을 비롯한 장애인단체 및 복지시설에 보급하고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소방안전교육 콘텐츠 개발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800만 돌파,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 등록장애인 수 261만 명으로 몇 해전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에서 발표한 총 인구의 36%가 재난 약자로 분류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고 대처하는 공존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비장애인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시력이 약해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사람, 보청기에 의지해야만 잘 들리는 사람 모두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장애를 안고 산다. 음지에서 소외되는 장애인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 우리 주변을 되돌아 보고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재난 약자들과 함께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안전하고 공정한 경기도 실현에 우리 모두 앞장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승혁 안양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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