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섬김으로 걸어가는 새로운 길

도종환 시인이 쓴 ‘처음 가는 길’을 보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라는 글이 있다. 봄꽃이 피어나고 생명의 움틈이 가득한 대지를 뒤덮는 계절이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점이다. 4월9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혼란도 있고 어려움도 직면해 있다.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두려워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이때는 함께 지혜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만 18세 이상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들 중에 일부가 선거하게 된다. 역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혼란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국민의 일원으로 정치적인 의사 표현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된다. 후보들은 국민을 섬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국민을 섬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섬김은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인 역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행위이다. 동물들은 권력을 쥐고 높은 위치에 오르면 지배하고 다스린다. 그런데 인간은 섬김의 방식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진정한 섬김은 상대방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거나 결과를 바라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철저히 종으로 섬기는 것이다. 나는 무익한 종이오니 당연히 할 도리를 한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섬김의 실천은 큰 능력이나 물질로 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섬김은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남을 배려하는 지극히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온유의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온전한 섬김을 실천하도록 힘을 주지만, 거꾸로 섬김의 마음이 실천됨을 통해 온유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온유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기 위해서 우리 삶의 자리에서 작은 섬김을 통해 우리는 온유함의 비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행복하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섬김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강력한 교육행위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절을 하고 인사를 하면서 국민을 섬긴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 섬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4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국민은 그들을 감시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길을 가고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섬김의 길을 가는 지도자들을 선택해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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