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3년에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려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과 단속, 인허가, 감사 등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음엔 차관급 이상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1985년부터 3급 이상 공무원과 4급 이상 국세·관세 공무원, 경찰서장 등으로 확대됐고, 1994년에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7급 상당의 경찰관(경사 이상), 소방관(소방장 이상)도 포함했다.
행정직 공무원들은 4급 이상 부서장 등에게 재산등록을 하도록 했지만, 소방관들은 현장 단속을 담당하는 실무자급인 7급 상당의 소방장까지 모두 재산등록을 하도록 정한 것이다.
당시에는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구조·구급 업무와 함께 소방분야 단속, 인허가 업무도 함께하고 있어 금품수수와 같은 부정부패에 연관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꾸준히 청렴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부정부패의 우려가 컸던 각종 단속 권한의 대부분을 민간전문기관으로 이관했다.
그런데도 전국 5만3천188명의 소방관 중 약 59%인 3만1천515명은 여전히 재산등록 의무자로 지정돼 있다. 1994년에 만들어진 법령이 시대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2020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니 현장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소방관이 재산등록 시스템 입력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나 재산등록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징계나 경고를 받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인사혁신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재진압, 구조·구급, 119 상황실 등에서 근무하는 소방위 이하 2만527명이 재산등록 의무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지난 3월20일에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현재 재산등록 의무자의 약 65%에 달하는 소방관들이 업무 외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장이 된 후에 12명의 상임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소방관들의 재산등록 관련 법령과 제도의 개선을 요청하고, 소방관들이 불필요한 징계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 왔기에 인사혁신처의 입법예고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공무원 본래의 직무로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서, 청렴하지 않고서는 공무원을 잘할 수 있는 자가 없다”며 공무원의 청렴을 강조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관들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바르고 곧은 ‘청빈정직’(淸貧正直)의 마음으로 국민 곁에 오랫동안 남아주길 기대해 본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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