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모지에서도 피어난 민주주의의 꽃 ‘선거’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학교 개학 등 학사일정이 지연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로 시선을 돌려 보면 후보자들이 지역주민을 만나 명함을 배부하거나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의 대면 선거운동이 위축되고 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투표참여 캠페인과 같은 대면홍보를 대부분 취소하고 비대면 홍보로 대체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총력대응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안정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각종 교육·회의 등은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하고, 투·개표소 방역 및 기표용구 등에 대한 철저한 소독과 투·개표 사무관계자 및 선거인 발열체크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에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공직선거를 전후해 그 준비와 관리 여건이 최적의 상황이었던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위법행위 예방·단속, 투·개표 준비 등 관리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서 엄정중립을 지키며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만들어준 것은 결국 국민의 관심과 참여였다.

대한민국은 6ㆍ25 전쟁이 끝난 참화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발전을 이뤘고 민주주의 발전의 토양을 다져나갔다. 정치적으로도 흑색·비방, 정경유착 및 금품선거 등 온갖 불법선거의 폐해를 극복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그 주역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나라 국민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은 국가가 위기일수록 더욱 빛났다. 대표적으로 태안기름유출사건 당시 대략 200만여 명이 기름제거 등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350만 명의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국가의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인 선거가 예상과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경제가 어렵다고, 전염병의 공포로 인해 온 국민의 피와 눈물 그리고 희망을 담아 지켜온 ‘민주주의의 꽃’ 가꾸기를 쉬이 포기하거나 미룬 적이 없다.

6ㆍ25 전쟁 직후인 1954년 5월20일 실시된 제3대 총선에서 투표율은 91.1%를 기록했다. 1997년 발생한 IMF사태의 혼란 속에서도 그해 12월에 실시된 제15대 대선은 투표율 80.7%를 기록했다. 또한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로 인해 70만 명이 감염되고 263명이 사망했지만 그해 10월28일 재·보궐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렇듯 불모지와 같은 척박한 여건과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왔다.

필자는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코로나19도 국민의 지혜와 참여로 오래지 않아 극복되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잘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방역·재난 대응능력과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지고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한다.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개표가 모두 끝난 다음 날, 이틀 가까이 날밤을 새 곧 쓰러질 것 같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갈 때 화창한 날씨 속 코로나19 걱정 없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종수 화성시선관위 홍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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