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뮤지엄을 만나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때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천군 한탄강변 전곡리에서 미국 병사 그렉 보웬이 동북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구석기 유적 발굴이 진행됐다. 이후 2011년 전곡선사박물관은 주먹도끼가 발견된 전곡리 유적에 설립됐다. 유적 가치를 살리고자 민간이 주도해 구석기 축제를 열고, 학계의 학술조사 등 노력의 결정체로 선사박물관이 들어섰다. 태생부터 구석기 유적을 위한, 유적에 의한 박물관이다. 지난 18일 전곡선사박물관에서 만난 이한용 관장은 “전곡리 선사박물관은 탄생 그 자체가 강점”이라며 “문화재 보존과 활용 방안으로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만큼 세계 선사박물관 네트워크 중심이 되겠다는 설립 목표에 맞게 발전하는 박물관을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전곡선사박물관 탄생을 함께한 인물이다. 구석기 전공자로 박물관 건립 초기 추진단 팀장으로 업무를 시작해 구석기축제 기획 등 줄곧 박물관과 함께해 왔다. 그는 “민간주도로 시작된 구석기 축제는 점차 규모가 커지고 방문객이 늘어나 지난해 공식 집계로 지난해 23만 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 재미없는 구석기유적을 가지고 수십 년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거다.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온 전곡선사박물관은 내년 박물관 10주년을 앞두고 올해 새로운 발걸음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종합문화센터’, ‘디지털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박물관’이다. 우선 전곡리 유적 안의 구석기 체험 숲을 연천군과 협약을 통해 차별화된 구석기 체험 캠핑장으로 올 하반기에 선보인다. 박물관이 전시의 공간과 틀에서 벗어나 유적에서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장, 가족 힐링 장소가 되는 셈이다. 장애아동들의 가족이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화장실 등 맞춤형 편의성을 갖춘 장소도 구축한다. 이 관장은 “전곡선사박물관은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지역인 경기북부지역의 유일한 도립문화기관”이라며 “관-관협력을 통해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라는 역사적 유물을 통해 교육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종합문화센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박물관으로 거듭날 계획도 세웠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실감형 콘텐츠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구석기인이 살아나와 그 시대를 말해주고 함께 경험하는 인터랙티브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오는 7월에는 <석기시대 아이들> 전시를 선보이고자 벌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구석기 시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은 가족 간의 사랑, 공동체 협력, 공동 육아 방식 등이라는 시선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

네팔에서 진행한 학술조사도 선보인다. 네팔의 구석기 유적을 조사하고 채집하고 기록한 사진 등을 박물관 자체 인력으로 편집, 디자인, 사진 작업해 전시할 예정이다.

내년 개관 10주년을 맞아 선보일 사업 준비도 이미 구상을 마쳤다. 첫 번째는 그동안 전곡리 유적에서 나온 출토품을 목록화하는 학술자료화 작업이다. 또 하나는 전곡리 유물 제자리 찾기 운동이다. 1978년 발견된 진품 석기 중 1점은 대여한 상태이며, 복제된 4점이 현재 전곡선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의 삶이 시작될 때, 전곡선사박물관에 꼭 한 번 들르길 당부했다. “인류에 대한 자의식을 돌아보기에 최적의 박물관”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70억 명의 인류가 지구에 살면서 그동안 공동체 의식과 연대, 화합으로 잘 버텨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경 폐쇄와 사재기, 또 각종 난맥상이 벌어졌습니다. 이곳에 오셔서 넓게는 인류, 좁게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힐링,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박물관도 관객을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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