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의 기본 4대 원칙에는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가 있다. 이러한 4대 원칙은 헌법이 부여한 원칙일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선거문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이를 넘어 ‘자유선거’ 원칙이 대두되고 있다. 자유선거란 유권자가 외부적 강제 없이 자유롭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선거제도에 내재하는 법원리로 투표의 자유를 포함한다.
그런데 투표의 자유가 일명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일까. 한때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뽑을 사람이 없어서 뽑지 않겠다”며 투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전에 누군가가 예시로 들었던 비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동네에 아주 맛없는 빵만 파는 제과점이 하나 있다. 맛없는 빵들을 선택하기 위해 내가 굳이 그곳에 갈 필요 없다. 맛없는 빵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나는 구매를 거부함으로써 제과점 주인이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맛있는 빵을 만들게 하겠다. 내가 빵을 사지 않아 매출이 줄어든다면 주인은 정신을 차릴 것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더라도 나는 더는 맛없는 빵을 먹지 않아도 된다.”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위와 같은 생각으로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저항의 표시로 효과가 있을까. ‘나’는 빵을 사지 않아도 ‘누군가’ 그 빵집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빵집은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주인은 ‘나’의 발걸음이 끊긴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투표를 하지 않는다 해도 적은 투표율로 당선되는 사람이 있는 한 저항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즉,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결국 타인에 의해 선출된 당선인이 행하는 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투표하지 않을 권리로 이루고자 했던 저항은 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이 선택해준 빵을 먹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헌법이 보장한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까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즉, 자유선거, 그 속에 포함된 투표의 자유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 강압에 의해 억지로 원치 않는 자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누구나 가지는 투표권으로(보통) 오롯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자유) 의사결정이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고(비밀) 직접투표를 함으로서(직접) 투표의 가치가 평등하게 나타나야(평등) 투표의 4대 원칙과 함께 자유선거의 원칙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하는 자가 당선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선거의 4대 원칙, 그리고 자유선거 원칙이 보장해주는 우리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해야만 그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조금씩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시나브로 발전해왔듯 힘겹게 쟁취한 선거권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더 이상 타인이 골라 준 빵에 의존하지 말자.
이지훈 남양주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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