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심리방역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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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2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일상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60.2%)이 지배적이었다. 2월말 2차 조사에선 불안(48.8%)에 이어 ‘분노’(21.6%)가 크게 상승했다. 대구ㆍ경북에서 분노가 컸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8천명이 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면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천지교회 같은 특수한 집단이 아닌 서울 구로구 콜센터 같은 일반 직장에서도 무더기로 확진자가 쏟아지자 ‘감염병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면서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챙기는 일이 중요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부활동은 줄어드는 반면 감염병 확산에 대한 정보에 노출되는 시간은 늘면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감염병과 같은 재난을 경험했을 때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증, 불안, 분노, 무기력과 같은 감정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두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 긴장 반응 △불면증 △지나친 의심에 따른 주변인 경계 등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누구나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불안감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리방역’이 중요하다. 심리방역은 감염병을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퍼지는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과도한 뉴스 검색을 삼가고 운동이나 명상 등 관심사를 다른 곳에 두면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시민의 심리방역 강화를 위해 ‘코비드(COVID)19 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백신 7가지를 제시했다. ①스스로를 격려하는 ‘격려 백신’ ② 누군가를 돕는 등 좋은 일을 해보는 ‘긍정 백신’ ③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실천 백신’ ④ 믿을만한 정보에 귀 기울이고 가짜 뉴스는 무시하는 ‘지식 백신’ ⑤언젠가 끝이 온다는 ‘희망 백신’ ⑥증상이 생겼을 때의 행동지침을 미리 알아둬 불안감을 없애는 ‘정보 백신’ ⑦몸과 마음의 균형, 가정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균형 백신’ 등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 본래 일상처럼 지내면 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깊게 호흡하며 버텨보자. 우리에게 희망ㆍ긍정의 백신이 있지않은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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