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ㆍ코로나19)에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이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돼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의미다.
이번 팬데믹 선언은 1948년 WHO 설립 이후 세 번째다. 첫 팬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 독감 때다. 당시 홍콩에서 발병한 독감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거쳐 유럽ㆍ북남미ㆍ아프리카 등으로 퍼지면서 세계적으로 1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번째 팬데믹은 2009년 신종플루 때 선언됐다. 그해 4월 미국과 멕시코에서 발발한 신종플루(H1N1)는 214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해 1만8천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WHO 설립 이전에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급 전염병으로는 14세기 중세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 16세기 잉카와 아즈텍문명을 파멸시킨 천연두, 19세기 초 인도에서 시작된 콜레라, 1차대전 당시인 1918년의 스페인독감 등이 있다.
WHO의 이번 팬데믹 선언은 늦은감이 있다. 세계적 확산세가 엄청난데도 팬데믹 선언을 주저하던 WHO는 지난 11일(현지시간)에야 “현재 114개국에 11만8천여 건의 확진 사례가 접수됐고, 4천29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된다”며 팬데믹을 선언했다. 14일 기준 전세계 확진자는 13만4천여명으로 늘었고 5천300여명이 숨졌다.
WHO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동물 사이에 한정된 전염으로 사람에게는 안전한 상태, 2단계는 동물 사이에서 전염되다 소수의 사람에게 전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의 전염이 증가한 상태다. 4단계는 사람 간 전염이 퍼지기 시작한 세계적 유행의 초기 상태이고, 5단계는 전염이 널리 퍼져 2개 대륙 이상에서 유행하는 상태로 전염병 대유행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마지막 6단계는 팬데믹으로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됐음을 뜻한다. 팬데믹은 유행병에 걸린 환자 수보다는 유행병이 어느정도 세계에 전파됐는지에 초점을 둔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단순히 공중보건의 위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라는 의미다. 코로나19 발병국에 문을 닫는 나라들이 늘면서 14일 기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이 모두 131개 국가ㆍ지역으로 늘었다. 주가가 폭락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적 재앙을 이겨내려면 지구촌이 비상 대응전략을 섬세하게 짜고, 국제협력과 공조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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