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國家보다 나은 國民

이제는 편히 말할 수 있는 추억이다. 1998년 금 모으기 운동이다. IMF로 거덜난 나라를 살리는 운동이었다. 텅 빈 외환고를 채우려고 시작했다. 1월 5일 KBS가 시작했다. 순금(24K)을 내놓으면 감정사가 확인서를 발행하고, 수출해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주는 방식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이건희 삼성 회장, 이종범 야구선수 등 유명인들이 동참했다. 직장마다 금붙이 모으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악덕 기업인’도 있긴 했다. 직원들의 금붙이를 챙긴 사주, 판매 대금을 착복한 사주…. 하지만 국민의 열기를 막진 못했다. 애초 돈 벌겠다는 운동이 아니었다. 외환고를 채워 나라를 살리자는 거였다. 운동은 4월에 끝났고, 351만명이 참여했다. 순금 2백27t이 걷혔다. 18억 2천만 달러를 조성했다. IMF는 국가가 초래했다. 무능과 오만이 부른 재앙이었다. 그 국난(國難)을 국민이 극복했다. 돌이키면 눈물겨운 추억이다. ▶2020년 3월 9일. 고양시 한 포털 ‘맘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공적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동참하실래요?’ 카페 회원들의 지지 글이 잇따랐다. 한 회원은 “회사 직원분이 당장 마스크 없다 해서 저희 아이 주민등록번호로 2장 사서 드렸지만 저는 여유 있어서 당분간 우리 가족 쓰는 건 안 사겠어요.” 정부가 공적 마스크 배분 5부제를 시작한 날이다. 모두가 약국에서 줄 설 때, 한 켠에서 시작된 양보 캠페인이다. ▶이후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의정부 지역 맘 카페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시작됐다. “어르신들이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외 SNS를 통한 확산이 급증했다. ‘#마스크안사기운동’ ‘#마스크양보하기’ 등의 해시태그로 동참하는 네티즌이 번지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포스터도 등장했다. ‘나는 OK, 당신이 먼저’ ‘내가 먼저 양보하겠습니다’…. ‘코로나 공포’ 한 달여 만에 세상이 밝아 보인다. ▶코로나19는 국가의 방역 실패다. 중국발이든, 신천지발이든 결론은 다르지 않다. 국가가 실패한 방역이다. 이제 8천여명이 감염됐고, 60여명이 사망했다. 야당은 정부 탓하고, 정부는 야당 탓한다. ‘내 탓이다’라 말하는 정치인은 없다. 바로 이때 국민이 등장했다. 마스크를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병 들고, 죽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나섰다. 23년 전처럼 이번에도 국민이 일어선다. 국가는 저지르고 국민은 수습한다. 국가보다 나은 국민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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