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머니의 위로

지역에서 관광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새해가 되면 다가오는 일 년의 계획을 세우곤 했다. 조금은 버거운 목표를 잡아 직원들과 공유하며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다짐의 시간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느 새해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와 우리 회사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계획과 다짐을 백지로 만들다 못해 미래에 대한 어두움과 두려움까지 심어버린 것이다.

사업을 하며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는 경우는 다반사다. 사스와 메르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교역갈등, 한일 경제 갈등 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그때마다 여행과 관광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들이 다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과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됐고, 어렵사리 행사와 관계된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조차 방문국 제한으로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추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지급해야 하는 직원들의 급여와 상환이 도래하는 많은 금융비용들, 기타 기업관리에 필요한 경상비들의 지출결의서는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잘잘못을 따지느라 연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갑갑한 마음은 참담함으로 물들었다. 마음을 달래보려 용기를 주는 책도 보고, 간절함을 담아 기도도 올려보지만 답답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문득 홀로 계신 어머님이 걱정스러워 안부를 여쭙고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혹시 마스크는 부족하지 않으세요?” 묻자 수화기 반대편에서 “아들! 엄마가 매일 기도한다. 너무 걱정마라”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업 운영에 고충을 겪는 중년 아들에 대한 노모의 애절한 마음이 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지천명을 넘긴 한 가정의 가장이자 많은 사람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기업의 대표이지만,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무너진 둑처럼 넘쳐 흘렀다. 마음을 추스르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음성에 의지해 다시 한 번 힘을 내본다.

모두가 절실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견디고 견디면 또 하루가 지날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도 지나가고 마음 놓고 외식도 하고 장도 보고 여행도 가는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재도 둘로스관광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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