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4·15 총선, 잔인하지 아니한가

이호준 정치부 차장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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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5일 오후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천88명이다. 전날 0시에 비해 322명 증가했다. 사망자도 39명에 달한다. 글이 세상에 공개되는 시간이면 이 수치가 얼마나 더 증가해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직장인들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회사를 갈 수 없다. 거리는 텅텅 비었다. 종교활동도 멈춰 섰다.

이러한 대한민국 안에서 나 홀로 ‘내 갈 길은 가야겠다’고 외치는 집단이 있다. 정치인들 말이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여야 모두 다이나믹한 공천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비례정당과 반문연대 등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 밥그릇 싸움하느라 정신없는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긴 송구(?)스럽지만,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40일 후에 꼭 선거를 해야 속이 시원하겠냐!”

40일 후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선거해도 괜찮겠느냔 말이다. 선거는 모바일로 하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직접 투표장을 찾아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후 좁은 투표장에 들어가 직접 투표를 해야 한다. 학교도, 직장도 안가는 이러한 시국에 국민에게 투표장으로 와달라고 해야겠는가.

현재 여당은 위기다. 신천지든 뭐든 어쨌든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선거 연기 이슈를 꺼내 들었다간 ‘자신들이 불리하니 정치적으로 선거를 연기하려 한다’는 매우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선거 연기 이슈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선거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야당은 하루빨리 총선을 치르고 싶어한다. 한 야당 예비후보에게 선거를 조금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니, “우리 지지자들은 선거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선거일을 미루자는 이야기를 했다가는 지지자들에게 아웃이야 아웃!”이라고 답한다. 솔직한 답이다.

4월15일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 그 사이 기적적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참 좋겠다. 그러나 종식이 된다고 하더라고 온 국민이 한 데 모이는 총선을 계기로 다시 극성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됨은 어쩔 수 없다.

선거를 20대 국회 임기 내(5월30일)에서 가능한 한 뒤로 연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무엇 때문에 안되는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가. 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렀다고 하는데, 전쟁 중인데 꼭 선거를 치러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인가. 누구를 위해 다수 당이 되려고 하는가.

정치가 원래 잔인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4월15일 총선 강행은 국민에게 정말 너무 잔인하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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