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 타면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요새는 공통점이 하나 생겼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한 마스크다. 착용하면 살짝 답답하지만 마스크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 바이러스의 기세가 수그러들 것이라 믿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다.
대응할 수 없는 공포가 우리의 행복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세태는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를 견디며 신음하셨을 선조들의 시대와 비슷한 점이 있는 듯하다. 일제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어선 의병들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 민족을 언제까지라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 분투하는 분들이 계시듯 스스로를 희생하여 우리 민족이 자주 독립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분들이 계셨다. 3·1운동 시기 앞장서 만세를 부르셨던 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강화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제안했던 민족자결주의는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고종의 의문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민중의 분노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결집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우리 민족은 독립에 대한 열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으며, 최후의 최후까지 투쟁할 것임을 일제에 선포한 것이다. 만세운동 이후 독립운동 구심점의 필요성을 절감한 선각자들에 의해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이후 계속되는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3·1운동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경기동부보훈지청 관내 지역에서도 만세운동의 주역들이 있었다. 용인 원삼면에서는 용인 최대의 독립운동인 3·21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수지 지역에서 일어난 3·29 머내만세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안성 지역은 전국 3대 실력항쟁지 중 하나로서 면사무소를 공격하는 격렬한 투쟁으로까지 이어지는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경기동부보훈지청은 이러한 운동의 주역들을 발굴하고 포상을 받으실 수 있도록 돕는 등 독립유공자를 예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1주년이 되는 뜻깊은 때인 만큼, 애국지사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여러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불행히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그러나 애국지사들을 예우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경보 ‘심각’단계에 맞추어 보훈가족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위생 및 근무수칙을 강화하는 한편, 독립유공자 본인 및 배우자 분들의 감염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분들의 공적을 진정으로 예우하고 기념하는 자세는, 그분들이 지켜낸 조국에서 안전하게 거주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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