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낳은 세계 최고의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작가로 성공하기 전에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했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던 중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더구나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서 친구도 없이 혼자 노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배우가 되기로 하고 코펜하겐으로 상경했다. 하지만 몸이 둔한 안데르센의 발음은 이상했고 춤과 노래도 뛰어나지 못했다. 배우로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에 안데르센은 심하게 좌절했다. 이번에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글을 썼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안데르센은 맞춤법조차 틀리기 일쑤였고 모든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몸이 둔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맞춤법은 공부하면 고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나서 자신의 인생을 바탕으로 동화를 썼다.
안데르센이 실연을 당해 가슴 아팠던 경험은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되었고, 알코올 중독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난한 환경과 학대받았던 경험은 ‘성냥팔이 소녀’가 되었다. 그리고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던 경험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었으며 친구들로부터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던 경험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안데르센은 자신이 겪었던 역경의 시간은 오히려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역경을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역경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더 크고 위대하게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되듯이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 아름다운 자연은 산과 골짜기,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을 자연에 비유하면, 사람이 살면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할 때는 골짜기를 지나는 과정이다. 하지만 골짜기를 지나면 넓은 평지도 있고, 산도 나온다. 자연에서 끝없이 오르막만 있거나 내리막만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높아지려면 낮아져야 하고, 얻고자 하면 버려야 한다. 살고자 하면 죽어야 하고, 이기고자 하면 져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높아지려고만 한다. 얻으려고만 한다. 살려고만 한다. 이기려고만 한다.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볼 일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희망이 생길 수 있다.
불확실성의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역량은 역경지수이다. 역경지수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어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어떤 상황에도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위험을 긍정적으로 감수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과보호 속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낮은 역경지수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가 겪고 있는 역경의 수준이 부모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아이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믿고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가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문의해온다면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고 공감해 주되 충고나 훈계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자녀들의 축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역경지수를 높여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쇠의 담금질처럼 역경을 이겨내면 더 강인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내리막의 역경은 머지않아 오르막의 축복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前 여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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