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재명표 진입작전

경기도 공무원들이 신천지에 ‘진입’했다. 공무원 40여명이 밀고 들어갔다. 흡사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진입 장소는 신천지 과천총회본부다. 목적은 신천지 교인 명단 확보다. ‘군사 작전’은 이재명 지사가 직접 명명했다. ‘군사 작전에 준하는 방역을 실시하지 않으면 자칫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경기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천지가 명단을 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과천은 신천지의 실질적 본산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규모 예배도 있었던 사실이 역학조사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개최됐는데 참석자만 1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참석자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지사의 표현대로 ‘긴급한 상황’임에 틀림 없다. 경기도의 신천지 진입은 단번에 이슈로 부각됐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어떤 대처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꽤 많다. ▶이재명식 군사작전이다. 도민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2013년 5월 22ㆍ23일에도 있었다. 성남시 공무원들이 성남 지역 건물에 진입했다. 장소는 LH 본사, 목적은 불법 점검이다. 22일 80명, 23일 300명이 진입했다. 모두 성남시 공무원들이다. 23일에는 포크레인까지 동원됐다. 언론 앞에서 불법이라고 지목된 담장 일부가 포크레인에 찍혀 넘어갔다. 그날의 ‘작전’을 지휘한 것도 이재명 도지사-당시 성남시장-였다. ▶2020년 작전의 상대가 신천지라면, 당시 상대는 LH였다. LH가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국민 임대 단지를 일반에 임대 공급한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어려움에 처한 입주민들을 위해 성남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LH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재명식 진입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LH 사옥에 대단히 특별한 불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 300명이 밀고 들어갔다. 당시에도 “시원하게 잘했다”는 평은 있었다. ▶이재명식 작전엔 특징이 있다. 상상 못할 방법을 꺼내 든다. 더 없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아쉬움도 있다. ‘작전’의 실익이 모호하다. 2013년 LH 진입은 성과가 없었다. 이익만을 쫓는 LH 셈법은 결국 실현됐다. 이번 신천지 진입도 뒷맛이 개운찮다. 신천지와 대화하던 청와대의 입장이 묘해졌다. 강경 대처하는 경기도를 나무랄 수도, 경기도가 먼저 명단을 빼가는 걸 두고 볼 수도 없게 됐다. 공연히 청와대·경기도 간에 갈등만 생기는 건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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