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바이러스와 시민의식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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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환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 확산이 대구·경북만의 사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 23일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진은 물론 국민 모두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과 행동이 절실한 때다.

하지만 지침을 어기고 거리를 활보하는가 하면 대면접촉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부산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판정을 받은 A군(19)은 지난 19일부터 감기, 콧물 등의 증세를 보였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21일 오전에야 집 근처 병원의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A군은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뒤 보건교육을 받고 자가격리됐다. 그러나 A군은 지침을 어기고 집을 나와 대형마트를 찾았고, 가족들과 외식까지 했다. A군은 200번 환자로 등록됐다.

전북에서는 밀접 접촉자가 바이러스 검사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B씨는 지인관계인 코로나19 확진자 C씨가 지난 7∼9일 대구를 다녀온 뒤 오한,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인 10일부터 수차례 만나 식사를 하고 영화도 봤다. 전북도는 C씨의 확진 판정 후 B씨에게 검사를 권유했지만 거부당했다. B씨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는데 왜 검사를 강요하느냐’고 했단다.

보건당국의 자가격리나 검사 등을 무시하면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자가격리는 확진자와 접촉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보건당국의 지침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에 100~200명씩 늘면서 전국의 자가격리자도 급증하고 있다. 확진자와 같은 동선이 확인된 접촉자는 방역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통보받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일까지 자가격리 현황을 집계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면서 업무를 지자체에 전담했다. 자가격리자가 많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선 1대1 모니터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나 하나쯤 집 밖에 나가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지역사회 전파를 확산시키게 된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은 격리장소 외에 외출금지,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기, 진료 등 외출이 불가피한 경우 관할 보건소에 연락하기, 가족 또는 동거인과 대화 등 접촉하지 않기, 개인물품 사용하기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힘만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 자가격리자가 아니더라도 시민들 스스로 건강수칙을 철저히 지켜며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안정된 일상을 빨리 되찾을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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