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사망자가 5명 나오고, 전체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다.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하나 둘 멈춰서고, 닫고, 자칫 나라가 대혼란에 빠질까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그렇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패닉 상태에 빠진 대구에선, 미래통합당 김모 예비후보가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이를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그러자 “대구시민은 불안해 죽겠는데 선거에 이용하느냐” “국가적 위기 상황에 노이즈 마케팅하나” “대구사람인 내가 봐도 X팔린다” 등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같은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코로나19 수퍼 전파자는 다름아닌 문재인 정부”라고 공격했다. 품격을 잃었고,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말들이 나왔다.
일부 종교계 인사들의 발언도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있는 신천지 예수교회 총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해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했다. 어느 교회 목사는 “중국 정부가 하나님을 탄압하고 선교사를 쫓아내고 교회를 폭파해 전염병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했고, 또다른 교회 목사는 “사람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안돼서 ‘세균’ 전쟁이 한국을 강타한다”는 발언을 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국민들이 힘을 준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사태의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를 향한 응원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한 달 넘게 일선에서 고생하는 질본에 대한 감사와 칭찬의 마음이 담긴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힘내세요_질병관리본부’ 등 해시태그가 퍼져 나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항상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것 같고, 국민을 위해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질본 관계자들이 느낄 무력감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지금 누구보다 힘들고 한편으로 허탈하기도 할 질본 관계자들이 걱정된다”며 “많은 국민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응원을 보낸다”고 전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의 첫 브리핑 사진과 최근 브리핑 사진의 낯빛을 비교하며 피로 누적도 걱정했다. 따뜻하고 훈훈한 모습이다. 지금은 불안과 공포, 혐오 조장이 아닌 사태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에 마음과 힘을 모을 때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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