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오정석 한국스포츠산업협회 회장

“회원사간 긴밀한 소통·협력… 스포츠산업 다시 일으킬 것”

고부가가치 산업인 스포츠산업은 국내 산업 분야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발전해 나가고 있는 ‘미래 산업’이다. 특히, 스포츠산업은 시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2 · 3차 산업이 연계된 복합 산업에서 미디어, 정보기술(IT), 관광산업 등 다른 분야와 융합을 통해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을 거느린 산업 분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국내 스포츠산업체 수는 10만3천145개에 매출액 78조원, 종사자 수 43만5천명의 거대 시장으로 급성장 하고 있다. 무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스포츠산업계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스포츠산업협회다. 지난해 연말 한국스포츠산업협회의 8대 회장으로 취임한 오정석 회장(58ㆍ(유)싸카 대표이사)을 만나 국내 스포츠산업의 현실과 과제, 미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에 취임하신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앞으로 협회 운영 방안은.

A 우리 스포츠산업협회는 전임 김도균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회원사 분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어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고 그 속에서 차근차근 발전을 이뤄왔다. 스포츠산업협회장을 맡기까지 고심이 컸지만 경영자인 제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협회가 실질적인 비지니스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하는 뜻을 저버릴 수 없어 회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회장 부임 후 협회의 조직 정비와 사무실 팀원 관리 시스템 개선에 몰두하며 바쁜 한 달을 보냈다. 협회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역할은 회원사들이 상호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현재 오프라인 공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중이다. 회원사 및 임원진과의 논의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이룬 후에는 본격적으로 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 및 구상을 공유하고 의견 교환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스포츠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열악환 환경에 놓여있는 만큼 서로 상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원사간 교류의 장을 넓히겠다. 이를 통해 정부에 제안할 정책을 마련해 기업들이 제도적 지원을 토대로 기회 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최근 국내 스포츠산업계는 경제불황과 주변 여건 등의 변화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오랫동안 협회 일을 해오셨는데 국내 스포츠산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A 현재 국내 스포츠산업은 ‘제조업 기반의 붕괴’,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내수시장 침투’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내 스포츠산업은 제조ㆍ유통ㆍ서비스ㆍ마케팅 등 여러 직군이 있지만 산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무너졌다는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내수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게 현실이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거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통해 양질의 품질로 제품을 출시하다보니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점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동일한 아이템을 갖고 승부한다면 ‘백전백패’의 결과를 받아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가진 강점을 통해 틈새를 노려야 한다.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제품 판매의 디지털화 등 다변화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협회 역시 정보력과 마케팅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사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Q 회장께서는 스포츠산업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다. 젊은시절 대기업에 근무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스포츠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A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대통령이 장래희망이었다.(웃음) 이에 정치학도의 길을 가려고 꿈을 버리지 않던 시기에 아버님의 건강 악화로 생계를 짊어져야 해 정치의 꿈을 내려놓고 취업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입사 후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기획전략 부서에 배치돼 즐겁게 일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학연ㆍ지연ㆍ혈연이 중시됐던 시대 상황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골 출신으로 지방대학을 나온 내가 그 벽을 뚫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생각한게 ‘내가 CEO가 되면 되지 않나’라는 판단이었고 직장 생활 5년 만에 뛰쳐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게됐다. 그 분야가 스포츠 관련 사업이었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직장생활하면서도 축구ㆍ야구ㆍ볼링ㆍ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 클럽 활동을 병행했다. 그래서 동대문운동장에서 스포츠용품점을 시작하게 됐다. 이 기간 직장에서 경험한 전략기획 능력의 노하우와 현장에서 익힌 다양한 업무경험을 토대로 소ㆍ도매점을 시작한 뒤 미래 유통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덕분에 나이키ㆍ아디다스ㆍ푸마 등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고,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제조기반도 다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스포츠업계에 뛰어들길 잘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질리지가 않더라.

Q 여러 스포츠 분야 중에서도 특히 축구와 관련된 일을 오래 하셨다. 축구 전문 잡지 발행인도 역임하셨는데 축구 관련 사업이 갖는 매력은.

A 동대문운동장에서 용품점을 운영할 당시 축구문화가 굉장히 활성화 됐기에 축구에 특화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축구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남성적인 운동인 축구는 동호인 활동도 활발할 뿐 아니라 국가관 측면에서도 국민을 단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과 연결돼 ‘베스트 일레븐’ 발행인을 맡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 기반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전문 잡지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맡았을 당시 베스트 일레븐은 광고수입 저하로 직원들의 인건비도 제 때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상태였다. 1970년 4월 창간돼 우리나라 축구사와 맥을 함께한 베스트 일레븐이 처한 상황을 보고 참담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서 ‘4강 신화’를 일구며 축구 선진국을 자부한 우리나라가 축구 월간지 하나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오명을 얻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수익구조 개선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경영합리화와 함께 영업 시스템 구축을 통해 수익모델을 강화했기에 회사는 적자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Q 스포츠산업은 미래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영세 중소기업이다.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A 스포츠산업에 종사하는 회사의 대표로 이 같은 고민을 수없이 했다. 정부 차원의 정책입안자나 대학 교수들이 제게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에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없느냐’는 것이다. 아쉬워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선 글로벌 브랜드의 정의부터 올바로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특화된 시장영역에서 폭넓게 투자하는 회사가 글로벌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제 기준에서 이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3개사다. 바꿔말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만의 특색있는 정체성 정립이 우선이다. 나이키는 육상을 모티브로 특성화된 마케팅을 펼치며 성장했고, 아디다스와 푸마는 수제 축구화를 통해 선수들과 교감하며 함께 성장해 갔다. 한국 기업이 이 같은 아이덴티티를 갖추려면 기업에서는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장기플랜 수립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에선 스포츠산업 현장이 겪는 어려움에 귀기울여 제도적 측면에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Q 취임 일성에서 협회와 300여 회원사들의 권익 증진과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하셨는데 이를 위한 방안은.

A 스포츠산업협회를 통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를 이루기 위한 선결과제는 조직개편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협회 조직구성 체계는 정부의 산업분류 기준과 맥을 같이해 구성돼 있다. 그러나 스포츠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 시대에는 과거의 방식과 같이 현장이 동떨어져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협회에서는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직능별로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제조업, 서비스업, 마케팅업 등 포괄적으로 묶여 있는 조직을 새롭게 개편해 갈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용품과 의류로 나누고, 현재 포괄적인 마케팅 부문을 마케팅과 이벤트 등으로 보다 세분화 하는 방식이다. 협회 내에서 서로 직능별로 분과를 나눠 활성화시킨 후 기업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정책개발에 나서려 한다. 물론 일시에 모든게 좋아지지 않겠지만 새로운 토양을 다져 기반을 튼튼히 하는게 첫 번째 추진 목표다.

Q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정부, 회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기업가로서 협회장이 된 만큼 회원사 대표들이 기업을 재미있게 경영할 수 있도록 협회 내 활동영역의 다양화를 꾀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 협회는 회원사들의 활동이 왕성하지 않아 그 기본틀과 명맥을 유지하는 친목단체 형식으로 운영돼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스포츠산업현장에서 협회와 기업이 혼연일체 돼 정책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을 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스포츠산업의 강점은 공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나를 비롯한 우리 회원사 대표들께서 ‘국민건강 행복증진’의 소명의식을 통해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기반을 함께 노력해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대담=황선학 체육부 부국장ㆍ정리=이광희기자ㆍ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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