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주학 원년, 융합적 콘텐츠 만들어야

<향토사 연구에서 진일보하여>

지난해 연말 파주문화원 창립기념식날 최종환 파주시장의 축사에서 ‘파주학’이란 말을 듣고 이제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역시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함을 실감했다. 과거 ‘파산학’이 율곡과 우계를 중심으로 한 성리학의 지역적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파주학’이란 공간과 시간, 학제와 분야를 아우른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교통과 교육시설이 개선되면 경제적인 가치는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주인의식에 기초한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내 고장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인물이 있다. 1920년대 지역학의 기초를 놓은 홍천길 기자는 ‘명산과 고적소개’, ‘임진강순례’, ‘명산물 소개’ 등을 통해 파주의 각 문화재와 지역의 특산물을 끊임없이 소개했다. 특히 파주명물사진 수집에 주력한 것은 지역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대전과 원산에 있을 때도 시간이 날 때마다 파주 고향에 들러 ‘임진강 이백리 순례’ 등의 특집기사를 쓴다. 안타깝게도 1935년 31세의 나이로 원산에서 사망했지만 그의 업적은 지역학이란 분야에서 꼭 기억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이맘 때 모 월간지에서 허목의 감악산기 루트를 연재한다고 해 함께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감악산 출렁다리가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정작 역사·문화의 옷을 입히지는 못한 상태라 홍기자와 같은 애정있는 과거의 기록이 아쉬웠던 생각이 난다.

지역학은 비단 학문의 범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가 결합하여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 분야로 전문가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한 사업이다.

이제 파주는 인구 5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파주학은 기억과 기록의 경계에 있는 수많은 자료를 콘텐츠화 할 시의적절한 시도임에 분명하다.

올 경자년에는 민통선 문화재의 체계적인 조사와 감악산 출렁다리에 역사를 입힐 ‘파주학’에 기대를 걸어본다. 더불어 ‘국립 DMZ 기억의 박물관’이 유치된다면 금상첨화 같은 일이다.

차문성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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