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과 아주대학교병원 간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환자의 이송, 치료 이후의 재활 등 외상센터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인프라 확보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외상센터의 관리, 이송체계 등 전체적인 체계를 재설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권역외상센터는 개원을 앞둔 4개소를 포함해 총 17개 센터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중 공공이 운영하는 곳은 센터 개소를 앞둔 국립중앙의료원 한 곳뿐이다. 일각에선 권역외상센터처럼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필수의료를 각 시ㆍ도 공공병원 등 공공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급의 의료 시스템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국내에 심뇌혈관 센터를 갖춘 곳은 많지만, 아주대학교병원처럼 실질적인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고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며 “상급종합병원급의 시스템과 인력, 전문역량, 시스템 등이 대규모로 갖춰져야 해 현재 구조의 의료원이 외상센터를 맡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업계에서는 외상센터의 환자가 이송될 때까지 응급체계 관리와 이후 시스템 등을 우선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증과 중증 환자의 정확한 분류, 권역 내 응급 환자 이송 단계를 설계해 병상 쏠림 현상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주대학교병원 측과 이국종 교수 간의 갈등 중 하나도 병상 배정 문제였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전체 1천187개 병상 중 외상센터가 100개 병실을 사용하는데, 병원 인지도가 높다 보니 많은 외상환자가 몰려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권역외상센터에서 급성치료를 받은 환자가 재활을 위해 입원할 전문병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는 권역외상센터 내 환자의 장기입원과 병상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정남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는 여러 군데가 다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당이 많다. 병상이 금방 찰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이와 연계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연구부 주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HIRA 해외정책 동향’에서 그동안 외상센터 설립 등 인프라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외상센터의 관리, 평가체계, 예방 가능 외상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를 밟아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서 주임연구원은 “외상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외상환자를 적정 의료기관에서 적시에 치료해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권역외상센터, 병원 전단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유기적인 협력 아래 정부가 현장, 이송, 치료, 재활, 예방 등 모든 단계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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