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자년 새해, 동인천역의 역전을 희망하며…

2019년 기해년 마지막 날 오후, 동인천역 북 광장은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여기저기 벤치에 앉아 한겨울 햇살을 즐기는 사람 몇몇뿐으로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이런 모습은 동인천역이 19세기 마지막 해인 1899년 경인선 개통 때부터 21세기까지 무려 120년 동안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시민의 추억이 함께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우리말에 역전(驛前)은 있어도 역후(驛後)는 없다. 존재하되 이름을 얻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는 곳은 역전이라 부르고 낡고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역 뒤편으로 밀어 놓는다. 불법적으로 흘러나온 미군 물건을 파는 양키시장이 있어서 이었을까, 남광장쪽이 잘나가서였을까. 아무튼 동인천역 북광장 주변은 역전의 이름을 얻지 못했다.

중앙시장, 양키시장(송현자유시장), 오성극장, 미림극장 등이 있어 오랜 시간 인천시민에게 상업·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묵묵히 해왔음에도 역 뒤편으로 불리어 왔고 근래에는 원도심의 침체라는 커다란 세파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해 12월 26일,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를 원도심 중심으로 재생하기 위한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가 국토교통부의 거점 연계 뉴딜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국가와 인천시가 각각 15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1천800억원을 투자해 뉴딜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인천시와 LH가 양키시장과 북광장 일부를 개발하는 ‘동인천 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거점사업으로 주변지역과 재생사업을 연계하는 구조다.

인천시는 2007년 동인천역 주변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는 등 낙후된 동인천역 주변의 도시기능 회복과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였고 홍역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기존 사업계획의 한계를 솔직히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2018년 말부터 전면철거 형식의 사업 대신에 사업의 실현성이 있는 부분적 개발과 도시재생을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정하고 그 동안 주민들과 계속 협의해 왔으며, 국토교통부의 공모에 참가하기 위하여 작년 11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사업구상서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뉴딜사업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만 울렸을 뿐, 앞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에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여타 개발사업과 구별되는 뉴딜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주민의 역할과 주민과 행정기관간의 소통이 무척 중요하다. 인천시는 주민과 행정기관이 대등하게 협의하고 이견을 중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백전노장 전문가를 총괄코디네이터로 위촉하여 사업을 총괄 조정하고 관리토록 할 예정이다. 뉴딜사업에 대한 참여의 반대말은 불참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인천시는 다양한 주민 의견과 날선 비판을 겸허하게 수렴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인천역 민자역사 등 경인전철 남측과의 연결과 상생, 주변 지역의 활성화를 선도하고 여러 사업의 상승효과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 등 뉴딜사업의 어깨가 무겁다. 철거를 가급적 지양하고 지역의 성격과 건축물의 특성에 따라 고쳐서 사용하는 것과 새로이 짓는 것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되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동인천역을 되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고 야구로 치면 지고 있는 경기의 9회 말 마지막 기회다. 물러설 수 없는 시간이다. 물러설 수 없는 시간이다. 인천시는 주민, LH, 동구 등 관련 기관과 함께 북광장 일대를 당당히 역 앞(驛前)으로,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찬 원도심 중심지로 역전(逆轉) 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동석 인천시 주택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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