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읍면동단위에서 운영하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바꾸어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이루겠다는 목표이다. 단순히 명칭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본개념과 운영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읍면동 자문기구의 역할을 수행하던 ‘자치위원회’를 실질적인 주민자치대표기구로서의 ‘자치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위원들을 시군구청장이 위촉하여 위상을 높이고, 위원 공개모집을 통한 추첨, 주민자치 사무, 업무위탁,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 등 자치회의 역할이 커졌다. 재원마련도 달라졌다. 읍면동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 보조금 지원 외 별도재원이 거의 없었던 위원회 방식에서 수익 위탁사업 수입, 사용료, 참여예산, 주민세 등 다양한 수입원도 마련되어져 있다.
계획만 보면 실질적인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은 주민자치의 정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이 지역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도 장애요인인 것 같다. 정부자료에 의하면 시범사업 읍면동은 2015년 47개소, 2017년 83개소, 2019년 408개소(16시도 86시군구)가 구성되었고, 2020년에는 1천여 개소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참여 실질화를 위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확대와 주민자치회 행정지원체계 구축 지원 및 사례 확산을 통해 보다 속도를 올리려는 ‘주민자치 정책방향’을 마련하였다. 그 첫째는 사회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주민자치회 모델을 제시하고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민자치회 행정지원체계 구축 지원 및 사례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주민자치’의 원조 격인 ‘주민총회’의 경험이 있다. 새마을운동 초기에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마을의 문제와 해결방안 그리고 발전방안 등을 논의했다.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그 곳에 사는 주민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통하여 마을의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극복해 내야 하는지? 등 마을문제와 숙원사업, 발전방향,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주민총회’는 그리 세련되지는 못했어도 마을회관이라는 모이는 장소가 있고 참석하는 주민들이 있고 마을의 의제가 있고 진행하는 새마을지도자가 있어 주민자치의 외관을 갖추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아직 민주주의 개념이나 방식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지만 마을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의견을 수렴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주민총회는 높게 평가되는 것이고 주민자치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총회는 마을단위이고 주민자치는 읍면동단위라는 자치영역의 크기가 차이가 있을 뿐이고 개념은 거의 동일하다.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는 일선 행정기관의 시행의지와 주민의식 수준과는 차이가 많은 것 같다. 모든 정책 수단으로 당근을 제시하지만 이번 경우는 정부는 매뉴얼만 주고 일선 지자체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주민자치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읍면동단위에서는 새로운 제도와 기존 활동단체들의 경험을 잘 접목하는 것이 정착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몇 년이 더 흐른다 해도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하며 모델을 만들면서 차근차근 가야 성공의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황창영 주민자치ㆍ생명살림(협) 상무이사 겸 경기도새마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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