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결혼기념일, 공휴일 등 날짜를 기억하고 기념하며 서로 챙겨주는 많은 날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아동학대예방의 날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행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의심사례 3만3천532건 중 2만4천604건(73.4%)이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됐다. 2014년에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 신고 접수된 건수만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동행하여 현장에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조사한다. 이후 사례관리를 통해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아동의 분리보호도 진행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이 따른다. 모든 지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어있지 않고 상담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전국에는 67개소(2019년 11월 기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외)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 45조에 근거하여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두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도 용인시, 이천시, 여주시를 동시에 관할하고 있다. 미국아동복지연맹(CWLA)에서는 상담원 1인당 권장사례 수를 17건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한 명이 평균 약 50~60건 정도의 사례를 관리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거의 3배에 가까운 숫자이다.
일반적인 사회복지기관의 경우, 대상자의 동의나 연계를 통해 사례관리가 이루어지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가 된 가정에 강제적인 개입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거부적이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모든 대상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에게 당면한 문제, 욕구 등을 파악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과 동시에, 아동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언제든 강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에,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굿네이버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바탕으로 전문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는 가족 기능의 회복을 지원하여 아동에게 안전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비스 과정 중, 아동을 비롯한 가족을 대상으로 양육기술훈련, 가족관계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효과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가 재학대 감소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를 공공에서 담당하고 민간은 사례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공공과 민간의 이원화를 통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례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 맞춰 지방 정부에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추가 설치 및 인력 확충 등 아동보호 체계에 대한 재정비와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있다 한들 인프라 확대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아동보호체계가 더욱 촘촘해지길 소망해 본다.
이정옥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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