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침밥은 먹고 다니십니까

어릴 적 어머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5남매 도시락까지 챙기며 분주하게 아침식사를 차려내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아침밥만큼은 식구들과 함께 하려고 신경을 썼고, 아이들에게는 그 때가 밥상머리 교육 시간이 되었다. 그때는 조금 더 잤으면 하는 바람에 아침 먹는 것도 귀찮게 생각 했었다. 그때마다 어머님은 “사람은 밥심이 있어야한다”며 아침밥을 챙기셨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데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밥심’ 가득한 아침밥상이 세월 지난 지금에는 너무도 그립다.

밥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고마울 때 야! 진짜 고맙다. 나중에 밥 한번먹자. 안부를 물어볼 때 너 밥은 먹고 지내냐? 아플 때 밥은 꼭 챙겨 먹어. 인사말 할 때 밥 먹었어? 무언가 잘해야 할 때 사람이 밥값을 해야지. 심각한 상황일 때 넌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 등등 한국사회는 밥이면 다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시간도 없고, 살 뺀다고,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식사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민의 33%가 아침식사를 거르면서 쌀 소비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1970년 136.4㎏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쌀 소비량은 1980년대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평균소비량은 127.8㎏으로 1970년대의 130.3㎏보다 1.8% 적었다. 1990년대에는 15.% 줄어든 107.7㎏으로 줄었고, 2000년대 들어와 100㎏이하로 떨어졌다. 올해는 벼 수확기에 전국을 휩쓴 태풍의 영향과 재배면적 감소로 쌀 생산량이 374만4천t으로 지난해(386만8000t)보다 3% 가량 줄었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생산량 감소폭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어 공급 과잉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쌀농사 중심의 농업체계와 가뜩이나 쌀 전면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농민을 돕기 위해서라도 쌀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아침밥 먹기 운동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쌀 소비를 확대가 필요하다. 아침 식사를 먹지 않으면 집중력이 약해지는데 두뇌 활동이 왕성한 청소년과 20~30대 직장인들이 아침을 가장 많이 거르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두뇌 활동이 많은 학생과 직장인은 아침밥을 챙겨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현미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비만과 변비를 예방해주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크며, 소화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때문에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간편식 쌀 가공식품 개발이 필요하다. 쌀가루는 보리, 밀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어 최근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루텐 프리’ 식품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니 해외시장을 겨냥한 쌀 가공식품 수출도 확대해야 한다.

쌀은 우리의 영원한 주식이다. 벼농사는 공익적 가치를 따지자면 홍수예방 담수기능, 환경정화 기능, 경관미화 기능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잇점을 가지고 있다. 아침밥 먹기로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도시와 농촌이 모두 행복한 아침밥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밥심으로 건강해지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나도 오늘은 그동안 ‘밥 한번 먹지!’라고 말로만 인사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식사라도 해야겠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그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중한 추억도 얘기도 나누면서 말이다.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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