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분들께 희망·용기 주고 싶다’
2002년부터 70억원 나눔행보 눈길
‘볼펜 장수’ 출신으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기부천사 이남림씨(73)가 최근 여주시에 이웃돕기 성금 2억 원을 전달했다.
시는 24일 이씨의 아들이 시청을 찾아 수표 2억 원의 성금과 함께 손 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손 편지에는 “연말연시와 다가오는 설 명절을 맞이해 여주시 관내 형편이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성금을 전달하게 됐다”라고 적혀 있었다.
개인이 억대의 성금을 내기는 처음이라 이항진 시장이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다고 했으나 이씨의 아들은 아버님의 뜻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시는 지난달 2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모금액 3억 원을 목표로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사랑의 온도 탑)’을 벌이고 있는데 이씨의 기부로 목표액을 훌쩍 넘은 3억 4천여만 원이 쌓였다.
시 관계자는 “용인시에 살던 이씨가 여주시로 이사를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주시에 기부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라며 “손 편지도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20대 때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볼펜ㆍ만년필 장사를 시작해 돈을 모았고 안경도매점을 운영하며 자수성가했다. 그는 1972년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한다. 과거 가난의 기억이 현재 기부천사라고 표현할 정도가 됐다는 이남림씨는 “없는 사람은 진짜 너무나 힘들고 누가 돌봐주지 않는다”라며 “배고파 본 사람이 배고픔의 고통을 안다”라고 밝혔다.
얼굴 없는 천사 이남림씨는 2006년과 2007년,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30억 원씩 기부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앞서 2002년과 2003년에도 태풍 루사와 매미로 피해를 본 수재민을 위해 1억 원씩의 성금을 내는 등 최근까지 70여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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