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시대, 지역대학을 노래하다

글로벌 시대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를 내세워야 좋은 대학인 줄 안다. 대학 홍보 간판에 글로벌이 빠지면 뭔가 허전하기까지 하다. 훌륭한 대학이 글로벌화 되는 건 당연하나 꼭 글로벌을 앞세워야 좋은 대학이라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외국대학과의 MOU 사진은 금빛 테두리 액자 안에서만 빛날 뿐이다. 필자가 이끄는 대학이 글로벌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다. 학생들을 위한 필요한 근육을 늘려 그들이 살찌우는 데만 전념하게 한다. 대학가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학생 모집에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변화하는 시대를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 각주구검의 사고 탓이다. 답은 이렇다. 이제는 평생교육의 시대다. 학령인구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학령기 아동의 총인원을 의미하는 사전적 개념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한마디로 대학 입장에선 고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생만이 대학의 주된 고객이라는 등식은 이제 깨져야 옳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아우르는 대학이 있다. 바로 한국폴리텍대학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현장실무중심의 학위과정부터 대졸 미취업자를 위한 하이테크과정, 중장년 및 여성을 위한 재취업과정, 전문기술과정 등 비학위과정으로 모든 계층의 평생능력 개발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요즘 한국폴리텍대학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 수요에 맞지 않는 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하고 개편하며, 기존 뿌리 산업을 기반으로 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한 융·복합형 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를 ‘러닝팩토리’라 부르고 있다.

러닝팩토리는 단일공정 중심의 숙련방식에서 벗어나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내년 반도체관련 장비와 시설, 인력을 투자해 반도체러닝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 소재 평가에서 역량을 갖춘 산업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중장년을 위한 중장년과정, 여성 재취업과정은 우리 대학의 또 다른 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절벽과 함께 이미 지난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중장년층의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 대학에서 일자리 수요가 있는 전문기술을 습득한 중장년은 인생 다모작을 꿈꾸고 있다. 아울러 진학에서 취업으로 방향을 튼 인문계고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인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대졸 미취업자들에 대한 하이테크과정을 제공, 그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도와주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이 함께 다니는 대학,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지역 주민들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대학. 그곳이 바로 한국폴리텍대학이다.

백화점식 사업을 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섬세한 시장조사와 철저한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원율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의 인기를 방증하는 지표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고 주민들 발길이 이어지는 대학에 몸담은 현실이 고마운 하루였다. 글로벌로만 가는 시대에 오늘도 나는 이렇게 노래한다. 지역사회 대학을.

이영화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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