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백학산서 발견 석각에 ‘조선 유생 115명 이름’ 확인

‘왕희지 난정기’ 재현… 학계 “대규모로 발견 전례 없는 일”

아양대는 정 6품이었던 김명택 등 6명의 이름이 2개 석각에 나눠 새겨져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아양대는 정 6품이었던 김명택 등 6명의 이름이 2개 석각에 나눠 새겨져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중국최고의 서예가인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를 1500년 만에 재현했던 조선시대 유생들의 행적이 새겨진 석각이 파주 백학산에서 발견된 가운데(본보 2월11일자 6면보도) 석각에는 유생 총 115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계에서는 모임에 참석한 유생들의 이름이 이처럼 대규모로 새겨진 석각이 발견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문화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파주문화원은 석각을 조사한 결과 1853년 3월3일 곡수유상(인공으로 흐르게 한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으며 술을 마시는 놀이)을 한 유생 115명의 이름을이 새겨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영회대에는 관학유생었던 이송우 등 44명의 이름이 7개 석각에 기록돼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영회대에는 관학유생었던 이송우 등 44명의 이름이 7개 석각에 기록돼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당시 전국에서 모인 유생들은 백학산에 모여 봄 놀이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구유암, 영회대, 아양대 등 총 3개 장소로 나눠 20개 석각에 새겼다. 구유암에서는 창덕궁 위장이었던 이계풍 등 67명(2명 미상)의 이름을 11개 서각에 새겼다. 영회대에서는 관학유생었던 이송우 등 44명의 이름이 7개 석각에 기록됐다. 아양대에서는 정 6품이었던 김명택 등 6명의 이름이 2개 석각에 나눠 새겨졌다.

정밀조사를 이끌었던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이름은 시간에 따라 장소를 달리 해 새겨졌다. 명단 중 다수가 어린 유학자이며 하위직무관 출신이 많았다. 이는 파주 장단향교 등과 밀접한 관계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장단부의 관원이 중심이 돼 향교 학생들과 어우러져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 관계자는 “유생들의 난정기를 재현해 이를 석각에 새긴 것이 대규모로 발견된 것은 드문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고의 서예가인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를 1500년 만에 재현했던 조선시대 유생들의 행적이 새겨진 장소인 구유암. 구유암에는 창덕궁 위장이었던 이계풍 등 67명이 연명으로 11개 석각에 새겨 져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중국 최고의 서예가인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를 1500년 만에 재현했던 조선시대 유생들의 행적이 새겨진 장소인 구유암. 구유암에는 창덕궁 위장이었던 이계풍 등 67명이 연명으로 11개 석각에 새겨 져 있다. 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제공

파주= 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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