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검 수사권 조정 입법 과정에서 울산고래고기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울산경찰은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하고 판매한 유통업자 등 6명을 검거하면서 고래고기 27t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이 중 21t을 범죄 증거가 부족하다며 다시 유통업자에게 돌려 줬다. 경찰은 압수한 고래고기 샘플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유전자 분석 의뢰를 했고, 모두 불법 유통 고래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회신 받았다. 하지만 이미 고래고기는 팔려나간 뒤였다. 이듬해 한 시민단체에서 검찰이 봐주기 기소를 해 유통업자들의 경제적 이득을 도와줬다며 반환 결정을 한 검사를 직권남용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과정에서 유통업자 측이 고용한 변호사가 울산지검의 검사 출신이었고, 고래고기를 돌려준 검사의 선배라며 전관예우 의혹이 일었다. 경찰은 그 의혹을 풀기 위해 해당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조차 않거나 일부만 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증거물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담당 검사 역시 수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그 해 12월 국외연수를 이유로 캐나다로 떠났다. 결국 석연치 않은 의혹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나듯 현행 법령과 제도로는 검찰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사건 처리가 잘못되더라도 검찰 말고는 누구도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경찰이 수사를 한들 검찰이 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무제한적 수사 지휘도 무소불위 권력을 낳는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김 부장검사는 고교동창 김 모 씨에게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대검찰청에서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약 4개월 동안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경찰이 김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자 사건을 서부지검으로 송치토록 수사지휘를 해 사실상 경찰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과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부장검사가 아니었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경찰이 실체에 접근하려고 해도 수사지휘 명목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로 갖고 가버리면 검찰을 통제 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남용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1년간 국회와 정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 경찰과 검찰 수사상 협력관계, 영장 이의신청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수사권 조정안이 마련돼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개별 국회의원을 만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수정안이라며 지금까지 논의된 개혁안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지난 2017년 검사를 주제로 한 ‘더 킹’이라는 영화의 카피 문구 중 하나다. 수사권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고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검찰의 최근 행보가 왕좌를 놓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김경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홍보기획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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