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을 지키는 거리, 안전거리를 확보하자

며칠 전 고속도로 2차로를 주행하고 있는데 대형 트럭이 필자의 차 뒤를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대형 트럭의 제동능력이 승용차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전방에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상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도 운전하다 보면 내 차의 뒤를 바짝 붙어서 주행하는 차량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행위는 자칫 연쇄추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특히 겨울철에 노면상태가 얼어 있을 때에는 타이어와 도로에 작용하는 마찰계수가 낮아져 평상시보다 제동거리가 훨씬 길어진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자료(TAA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21만 7천134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3천78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건수는 전체 교통사고의 9.4%인 2만 453건으로 나타났으며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교통법규 위반항목 중 ‘안전거리 미확보’는 ‘안전운전의무 불이행’(12만 1천797건)과 ‘신호위반’(2만 4천725건)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는 매우 높은 사고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차량의 제동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가 위험을 확인하고 차량이 정지하는 데까지 걸리는 총 거리를 ‘정지거리’라고 하는데, ‘정지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로 구분할 수 있다. ‘공주거리’는 운전자가 위험을 확인하고 제동장치를 작동하기 전까지 차량이 이동한 거리이며, ‘제동거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 등 제동장치를 작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량이 7정지하는 순간까지 주행한 거리이다. 다시 말하면 차량이 정지하려면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시간(공주거리)과 차량 자체의 제동시간(제동거리)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운전자가 시속 100㎞로 차량을 주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에 위험을 인지하고 제아무리 빠르게 제동(설령 인지반응시간이 0)을 해도 차는 제동거리만큼은 주행하게 된다.

이러한 ‘안전거리 미확보’ 사고를 예방하려면 첫째, 고속도로에서는 지정된 차로를 지켜서 운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의 최저속도는 시속 50㎞h, 최고속도는 100㎞h이며, 1차로는 앞지르기 차로로 지정되어 있다. 앞지르기 차로는 고속도로가 정체 등으로 시속 80㎞h 미만으로 운행할 때만 주행할 수 있는 차로지만, 간혹 1차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하고 있는 차량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이때 뒤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바짝 붙어서 운행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둘째, 뒤 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주행 중이라면 비상등을 켜서 위험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운행 중 돌발 상황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운행해야겠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주행 중인 상황에서 상대방 차가 내 차 앞으로 끼어들기 하면 속도를 조금 줄여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거리가 늘어날수록 교통사고는 줄어든다는 것을 기억하고, 안전거리가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공간으로 인식할 때,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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