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연예인이 소속사 및 매니저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체결하는데, 연예활동 중 소속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위 계약에 종속되어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지, 또는 중도 해지가 가능한지가 자주 분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계약서에 해지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되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어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보통 ‘전속계약’은 소속사 등이 연예인으로부터 연예활동과 관련한 매니지먼트 업무를 위임받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므로 기본적으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은 소속사 등이 사무처리에 대한 대가로 연예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모든 수입을 자신이 수령한 다음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중 일정한 금액을 연예인에게 지급하고, 전속료도 지급하는 등의 경우가 대부분인바, 이러한 경우는 민법에서 정한 전형적인 위임계약과 다른 특수성을 띠고 있으므로 민법상의 ‘위임’ 계약으로 볼 수 없고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속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되어 있으므로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속계약은 기본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도 지니고 있으므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전속계약의 성질상 계약 목적의 달성을 위해 계약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 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으며,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불구하고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계약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법원은 소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미성년 여성인 다른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게 하고, 또한 그 연예인을 위한 매니지먼트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상호 간에 형사고소 등이 오고 간 경우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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