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각자 스스로 제 살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시대 트렌드에 맞춰 생긴 말이지만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왠지 씁쓸하게만 들려진다.
그런데 최근 급격한 도시화와 개인화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위축되었던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차체만 있고 연료가 없는 차가 달릴 수 없는 것처럼 물적 기반 외에도 지역사회 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주거복지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장기적인 주거 복지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지원의 수혜에서 빗겨나간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각 세대에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거복지 공동체가 필수적이다.
공동체의 부재가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가 고독사의 증가이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추정하고 있는데, 2014년 대비 2018년 무연고 사망자의 수는 77.8% 증가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대주택 단지에서 발생한 798건의 사건·사고 중 자살이 199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67건의 고독사라고 한다.
해외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비슷한 고민을 통해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장관’을 임명하며 고독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영국은 ‘그레이트겟투게더(Great Get Together)’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거리 파티나 바비큐 파티, 소풍 등을 개최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음식을 나누고 서로 어울려 우정을 쌓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이 행사가 공동체 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서 인천도시공사는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주거복지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인근 주민으로 꾸려진 가족 봉사단은 직접 만든 반찬을 홀몸 어르신 세대에 나누며 낯선 타인에서 살가운 이웃이 되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성장하고, 서로간의 신뢰와 이해를 높여나가고 있다.
또한 영구임대 아파트와 주변 단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마을 축제를 개최하며 입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러한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수행하며 단지별 입주민 대표회의, 주민센터, 관리사무소, 사회복지관, 지역기반 NGO, 주민자치조직, 학교와 병원 등 다양한 지역 밀착형 단체들의 협업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수확이다.
더하여 올해 지방공기업 최초로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인 ‘같이家U 실버사원’을 통해 가사돌봄, 공부방선생님, 안전관리 등 임대주택 입주민에게 꼭 필요한 각종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임대주택 내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장기적인 주거복지 실현을 통해 입주민들의 삶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끈끈한 거주 지역 기반의 공동체의 부활이 절실하다. 앞으로도 인천도시공사는 지역의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찾아내서 연결하고, 파편화된 개인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김근수 인천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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