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ㆍ태지역 경제통합의 초석이 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ㆍ알셉)의 협정문 타결이 이뤄졌다. 한ㆍ중ㆍ일, 뉴질랜드, 호주, 인도, 아세안 10개국 총 16개국이 2012년부터 7년간 협상을 진행해 오다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협정문에 동의했고, 세부조율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정식 발효하기로 했다. 인도가 최종 가입하면 알셉은 전 세계 인구의 50%, GDP는 3분의 1, 교역량의 30%를 차지해 외형적으로 지구상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내용 면에서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식재산권까지 내포하고 있어 각국에 미칠 영향도 크다.
알셉이 그동안 한국이 맺어온 FTA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자간 즉 여러 나라가 동시에 맺는 FTA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알셉 회원국 중 일본을 제외한 14개국과는 양자 FTA를 이미 체결하고 있다.
알셉은 발효되면 그동안 국가별로 진행해온 서로 다른 FTA 절차와 서류가 단일화되어 우리 수출기업의 이용이 쉬워지는 것과 역내 생산품에 대한 미관세 적용으로 생산거점의 역내 이전이 늘어나게 된다. 이미 중국기업들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의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내 공장부지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알셉은 역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기술산업 및 한류 콘텐츠 부문의 수출확대가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중국의 사드 보복 및 일본수출규제에서 보듯이 강대국의 일방적 무역보복도 역내에서 제어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알셉 발효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FTA 체결 효과가 있기에 일각에서는 대일무역역조가 막대한 상태에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은행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수입관세율은 5.05%로 일본의 2.51%보다 배가 높은 수입장벽을 갖고 있어 FTA로 인한 충격은 우리가 크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었다. 인도가 이번 알셉 협정문 동의를 못한 것도 인도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연 5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심각한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체결되면 더 악화 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어 일본산 부품, 소재분야의 국산화 노력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알셉을 통해 일본산 제품이 더 쉽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일 알셉 상품양허에 대한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작정 내 문은 닫고 열린 남의 문으로만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를 통해서 수출영토를 넓히고자 하는 것처럼 상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알셉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알셉 14개 회원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기에 알셉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확대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출기반에 구축에 기여될 것이다. 피해가 불가피한 것들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대응해야만 한다. 혁신을 통한 기존기술의 고도화와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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