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을 위한 작지만 큰 투자 ‘주택용 소방시설’

소방청 주택용 소방시설 화재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전체 화재 발생 건수 4만2천337건 중 8천171(19.3%)건이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계됐다. 또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7년간 전체 화재에서 주택화재 발생률이 약 18.3%인 반면, 화재로 인한 사망자 중 절반(47.8%) 가까이가 주택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2012년 이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련법에 따라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적으로 했지만 연립·다세대·단독주택 등 일반주택의 경우 소방시설 설치가 자율사항으로 법적 규제를 두지 않아 화재로 인한 피해에 무방비 상태였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2년 2월‘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주택에 소방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법적근거가 마련되었다.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후 2017년 2월부터는 관련 규정에 따라 건축법에서 규정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는 주택용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소방시설 중 주택에 설치해야 하는 시설로 소화기와 감지기를 설치하게 한 이유 무엇일까?

첫 번째, 일반 시민들이 가장 사용하기 쉽고 설치·유지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소화기는 사용법이 간단하고 내용연수가 10년이나 될 정도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관리만 될 경우 급박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가능하다. 주택에 설치하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감지기와 달리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며 건전지의 교체만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다른 소방시설과 달리 주택용소화기는 2만원, 단독경보형감지기의 경우 7천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부담 없는 3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고 전문기술자의 도움 없이 개인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소방시설 설치를 통해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기준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전체 설치대상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9.34%에만 설치가 되어있는 실정이다. 전년도 대비 8.26%가 증가하여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법 제정 후 7년여라는 시간이 흐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을 제도화하고 이를 국민에게 홍보하여 안전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관에서 기꺼이 해야 할 일지만, 이러한 제도가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재와 사고는 항상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며, 부주의와 무관심, 안전불감증은 이렇게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증가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편안한 가운데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안불망위(安不忘危)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안전에 안주하지 말고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여 나의 가족과 이웃주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길 바란다.

이경호 용인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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