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장철 농산물값 안정화를 위한 제언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배추 주산지인 해남 등 남부 지역 농작물이 큰 타격을 입었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다. 겨울철 김장 준비를 걱정하면서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매년 김장철이 되면 배추, 무 등 주요 채소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들의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반대로 폭락하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농산물 생산량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농산물은 특성상 계절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져 특정 시기에 공급이 집중된다. 자연조건과 기후의 변화, 각종 병충해·질병에 직접 영향을 받아 생산량의 변동 폭이 크다. 직전년도에 어떤 품목의 가격이 높으면 이듬해 높은 가격을 기대하여 재배면적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수요는 연중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시기별로 가격변동이 심하다.

둘째, 농산물은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불안정한 특성이 있다. 한 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한동안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 17세기 영국의 통계학자 그레고리 킹(Gregory King)은 옥수수의 공급량의 변화와 가격 상승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는데, ‘곡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곡물 가격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King’s Law)을 통해 농산물 가격의 특성을 설명했다. 농산물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상품으로 가격이 올라도 어느 정도 수요가 필요하고 공급을 빨리 늘리지 못한다. 즉 수요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량의 작은 변동에도 가격은 크게 변화되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파종, 정식 전부터 관측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고 적정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상 재배 면적, 작황, 가격 변동 등 영농정보와 날씨 등 기후 조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농민들에게 제공하여 품목 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농산물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만 맡겨 놓을 경우, 언제든지 가격의 폭등과 폭락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투명한 유통구조와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유통비용은 전체 농산물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농산물이 산지수집상, 도매상, 소매상 등 5~6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이르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 로컬푸드 매장, 온라인 쇼핑, 직거래 장터 등 유통경로를 다양화해서 유통비용을 줄여야 한다.

계약재배, 농산물 생산안정제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계약재배 단가 현실화 및 자금 지원 등 농업인의 수익증대 및 경영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농산물 수급, 가격 안정은 농가에게는 소득 안정, 소비자에게는 생활물가 안정으로 이어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농업기반을 지키고 식량안보를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

곧 김장철이 다가 온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이 해소되어 더 이상 소비자가 금배추를 구매하거나, 농민이 괴로움에 한숨 쉬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정현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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