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의결, 즉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경영의 투명성, 책임성 및 민주성을 꾀하는 제도로 유럽에서는 보편화한 제도이다. 한국도 2016년 서울을 필두로 이제는 경기도를 비롯하여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이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한국도자재단에 노조위원장 출신의 노동이사를 임명하였다. 현재까지 경기신용보증재단을 비롯한 8개 산하 기관이 노동이사의 임명을 마쳤고, 그 외 몇몇 기관도 임명 절차를 진행 또는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로써 민선 7기 경기도가 핵심공약으로 준비한 노동이사제도는 틀을 갖추고 있다 하겠다.
어렵게 시행을 하는 만큼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중요하다. 아직 낯선 제도인 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도 있다. 제도의 성공적인 조기안착을 위해 몇몇 보완사항을 제안한다.
우선,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구로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자. 외부 압력이나 사전조율에 의한 의사회는 독립적인 이사회가 아니다. 그것이 경기도 주무부서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업소’에 다름 아니다.
두 번째,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자. 안건상정이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것인지 노동자의 권익에 반하는 것은 없는지 누구나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반대의견은 있었는지, 경영진이 소수의견에 대해서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참석이사들은 정말로 소신 있게 발언하고 의결권을 행사했는지를 내부 노동자는 물론 도민 누구나 의사결정과정을 상세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회의록의 공개는 투명한 운영을 보증한다. 그래야, 만장일치의 이사회의 관행도 개선되고, 이사회의 독립성도 보장된다. 또한, 이사회 결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품격도 올릴 수 있다. 국회는 물론이요, 도의회도 하는 회의록 공개, 1천360만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도 산하기관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세 번째, 노동이사가 일할 수 있게 하자. 노동이사제 시행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증대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지사의 공약이다. 경영 지배구조 개선 및 협력적 노사관계 실현을 통한 노동 협치 강화 및 자율ㆍ책임 경영체제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실행되는 노동이사제라면, 이사회가 노동자들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직접 듣고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경기도의 ‘노동이사제’는 출발점부터 많은 한계를 가지고 출발했다.
노동이사는 20여 명의 이사 중, 단 한 명일 뿐이다. 참석이사 1~2명이 반대의견을 표명해도 표결처리하면 기관장의 뜻대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장일치 관행으로 이어온 이사회를 ‘투명경영’으로 포장하는데 노동이사를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와 비판도 일부 있다. 기관장의 독선에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자의 권익 증대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산하기관이 알아서 하길 바란다면 이는 ‘오판(誤判)’이다.
진정한 ‘노동가치 존중’은 ‘투명경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공정한 세상, 새로운 경기’를 꿈꾸는 민선 7기는 그래야 한다. ‘적당과 대충’. 경기도에서는 그만하자는 도지사의 발언 화제다. ‘제대로, 확실하게 하자’는 뜻이다.
어경준 경기도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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