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19년 재정 적자가 9천9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146조 원이다. 현재까지 누적 정부 적자는 22조 달러 약 2경 6천조 원 정도라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이러한 적자의 원인은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노인의료 보험제도)와 메디케이드(Medicaid저소득층 의료보험제도) 같은 건강관련 보험제도 시행과 기타 각종 사회보장 제도, 그리고 한해 2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이자 상환 등이 주된 이유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국방비는 약 6천900억 달러 (800조 원) 이며 이중 700억 달러가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직접비다. 북대서양조약기구에 (NATO) 속한 29개 국가 중에서 미국을 제외한 28개국 전체의 국방비를 합치면 2천100억 달러 정도이니 미국의 국방비는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국가예산의 15% 정도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우리나라는 약 10% 정도다)
이러다보니 미국인들의 30% 정도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느라 쓸데없는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의료보험제도와 같은 핵심적인 적자 원인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못하고 애꿎은 방위비 분담 비용 쪽으로 화살이 돌려져 이슈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나토 국가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방위비를 분담했고, 과거 미국의 행정부들 또한 이를 묵인해 왔다고 믿고 있다.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비용 문제가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미국의 여러 가지 국내 상황과 맞물려서 하필이면 우리나라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련된 첫번째 협상 대상국이 된 것은 안타깝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의 1조원에서 6조원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니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6배나 증액된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다 쓸 수나 있을지도 궁금하다.
미국 국민들이나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 협상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단순히 그동안 한국이 주한미군에 대해 낮은 비용으로 방위를 제공받아 왔으니 이제는 그 비용을 정상화하겠다는 논리인것 같은데 이러한 차원의 논리는 우리로서는 매우 언짢은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전초기지로서의 가치 또한 도외시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애정을 갖고 있는 많은 미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단순 이해타산 위주의 이러한 대폭 증액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625전쟁을 통한 군사적 동맹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로 양국 간의 협력 범위와 가치가 확대된 포괄적이고 다원적인 전략동맹으로 확장되어 있는 현실이다.
국가이익이라는 것도 당장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이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아량과 전략적 파트너십이 아닐까 한다. 중요한 것은 돈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요구 수준이나 생각에 대한 간격을 줄여 줄 수 있는 파트너는 우리 대통령 밖에 없다. 동맹국의 두 정상 간에 동맹의 가치와 동맹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중심으로 한 진솔한 대화로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도록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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