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이 다시 OECD 1위에 올랐다. 2003년 이후 OECD 1위를 계속했던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난해 2위로 내려간 것은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리투아니아가 지난해 OECD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리투아니아의 자살률은 지난해보다 감소해 인구 10만 명당 24.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명 증가해 26.6명으로 올해 순위가 바뀐 것이다.
우리 자살률이 원래부터 높은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에는 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문화적 변화, 의료와 복지 사회안전망 미비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2003년부터 OECD에서 가장 높아졌고 2011년에는 31.7명으로 최고점에 이르기도 했다. 그 이후 정부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2018년 정부 국정 운영 100대 과제 포함,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설립, 2011년 연 14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2020년 정부안 289억원 편성 등 범국가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이런 정책들만으로 자살률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자살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시대 상황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만한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수치이다. 즉, 국민의 정신건강과 의료접근성의 현황, 경제와 사회안전망의 수준뿐 아니라 공동체 결속과 사회적 신뢰·포용의 깊이, 스트레스·차별·불평등의 심각성, 생명존중과 미래희망의 밝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온도계이다. 온도계에 입김을 불어 온도를 올리는 임시방편의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참 나를 찾아 자아존중감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실패와 성공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힘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당당한 마음이다. 자존감과 달리 자존심이란 말은 오해를 많이 받는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무작정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기주의자로 비춰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자기를 사랑하기에 타인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을 배려할 줄 알기에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 자존심 강한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는 열심히 일한 나에게 내가 상을 주는 것을 내재적 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남에게 주거나 남이 나에게 주어야 선물인 줄만 알고, 내가 나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음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 친구, 동료, 지인에게는 선물을 주고받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나에게 선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말이다.
늦어서 후회하기 전에 나를 칭찬하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나를 위로해 보자. 지금까지 선물 한번 주지 못한 나의 팔다리, 머리, 마음에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휴식도 주어보자.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가장 먼저 자신에게 선물해 보자. 무엇을 하든 첫 번째 의미를 ‘자기 자신’에게 두어보자. 나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소통하고, 나의 뿌듯함을 위해 배려하고, 나의 기쁨을 위해 봉사하고, 나의 편안함을 위해 용서하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 웃고, 나의 후련함을 위해 울어보자. ‘나’는 ‘우리’의 출발점이다. 가장 나답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나를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지름길이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前 여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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