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건설시장은 SOC예산이 감소하면서 민간 건축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총 수주액은 164조 8천억 원 중 민간공사가 117조 5천억 원(71.3%)으로, 공공공사의 47조 4천억 원(28.7%)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SOC예산 감소로 공공공사의 발주 물량이 줄어들어 공공공사를 수주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민간공사에 참여 자체를 안 하는 건설업체들이 많다. 민간 건설공사는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발주자의 대금 체불, 지연지급 등에 대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건설업체 254개사 중 100개사(39.4%)가 민간공사를 수행하면서 공사를 완공하고도 공사 대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110조 원이 넘는 민간 건설시장이 공사대금 지급보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공사 수주를 지속해야 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향후에 있을 보복조치에 대한 우려로 사실상 적극적으로 이의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대금 확보를 위해 민사 분쟁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소송은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여 최종 판결과 대금 회수 전까지 버티지 못하고 부도까지 갈수 있는 부담이 있고 이로 인한 하도급 대금 및 임금 등의 체불이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도급 대금은 법에 의무적으로 지급보증토록 규정하고 있어 발주자로부터 대금 수령 여부에 상관없이 원도급자는 최종적으로 하도급 대금 및 건설 근로자 임금에 대한 지급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민간 건축주의 원도급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은 선택사항이다.
최근(2019년 10월31일) 국회는 건설산업계 입장에서 볼 때 진작 입법화가 되었어야 할 ‘발주자의 공사대금 지급보증 의무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건설산업계 입장에서 당연히 누렸어야 할 권리가 뒤늦게나마 입법화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입법과 관련하여 필자가 소속된 건협 경기도회는 지난 2016년 여름 회원사의 문제제기를 토대로 추진했던 사항이 3년 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되어 더욱 뜻 깊게 생각하며 기나긴 입법 과정에서 애쓰신 모든 관계자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정한 계약문화는 필수사항이 됐으며, 미비했던 부분들은 더욱 작은 사항까지 업그레이드 될 것은 분명하다.
전체사업을 총괄하여 발주자에게 시공물을 납품하여야 하는 우리 종합건설사업자들에게는 발주자는 물론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체와 계약 시부터 최종 준공 시까지 높은 수준의 세련된 계약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이제 필수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발주자의 공사대금 지급 의무화’는 불이행시 처벌조항이 과태료에 불과하여 실효성 확보에 있어 아쉬움은 있으나 그동안 관행으로 여겼던 사항들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갑과 을을 떠나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없고 누구든 자기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관철시킬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라는 교훈을 주는 입법으로, 우리 건설산업계의 공정거래질서 정착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용환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