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갑질 없는 사회를 꿈꾸며

언젠가부터 갑질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경제적, 사회적 강자가 약자에 대해서 부당한 일탈행위를 할 때, 그 형태와 관계없이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는 듯하다. 2013년경부터 인터넷에서 사용됐다고 한다. 계약관계의 갑이 계약서에 명시된 관계를 벗어나서 추가적인 비정상적 요구를 을에게 하는 경우를 뜻한다.

갑질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찾아보려 했으나 적합한 단어를 찾기 힘들다. 권한남용(overuse one’s power) 정도가 갑질에 가장 유사한 영어 단어인 듯하다. 서구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외국보다 한국사회에서 갑질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면, 계약서상의 관계 이상을 요구하는 현상이 한국사회에 유독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수직적 인간관계나 계약서에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적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 등이 그 배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갑질의 유래나 배경이 어찌 됐든 간에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큰 병폐인 것은 명확하다. 민간분야, 공공분야를 나눌 필요 없는 공통의 문제이고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분야 갑질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공공분야에서 선도적으로 갑질을 근절하려 한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우리 산림교육원에서도 갑질근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작년부터 직장 내에 ‘갑질신고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갑질의 본질적 특성상 가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주고 있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

피해자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가해자가 줄 수 있는 더 큰 보복 피해를 두려워하여 갑질 신고를 꺼린다. 비공개적으로 갑질을 신고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신고함의 운영을 통해 몇 가지 사항을 발굴해서 개선해나가고 있다. 둘째로는 조직의 문화 자체를 친절한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내게 걸려오는 전화를 친절하게 받고, 직장 내에서 만나는 동료 간에 친절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직장 외부의 민원인과의 관계에서나 직장 내의 상하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상호간에 친절한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를 확산해나가려고 한다.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분기에 한번 전 직원이 참여하는 마인드혁신 워크숍을 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세 번째는 산림교육원의 전문 강사진을 활용해 산림청 소속 공무원들과 관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갑질근절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조직 내에 비정상적인 갑질 문화가 있다면 이를 발굴해서 근절하고 정상적인 조직문화로 회복시키는 데에 산림교육원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전통적인 수직적 인간관계가 현대적 수평적 인관관계로 전환되고, 직장 내 업무에 관한 규정도 보다 합리적으로 명문화되어 갑질이 발생할 여지가 없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상만 산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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