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평군 농민수당 조례 주민발의를 제안하며

최재관

여주시와 양평군은 경기도 농민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됐으나 경기도의 예산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주시는 독자적으로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추진하게 됐으나 지난 10일 시의회의 부결로 좌초되고 말았다. 지역 농민들은 즉각 반발했고 여주시 의회는 11월 25일 재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양평군의 경우 농민수당 조례에 대한 확실한 추진세력이 없고 연말 예산 회기가 곧 다가오는데 조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여주시가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받게 되고 양평군은 받지 못하게 된다면 양평지역의 농민들은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양평자치와협동’은 농민단체와 상의한 결과 특단의 조치로 주민 발의를 통한 조례제정 청구 운동을 제안하게 됐다.

지방자치법 15조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의 150 이상 연서를 받으면 자치단체장에게 조례의 제정과 개정, 폐기를 요구할 수 있다.

양평군의 경우 선거인 수 9만8천135명 중 1천963명 이상의 청원 서명을 통해 조례를 제정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촉박한 시간이 문제였다. 주민 발의 청원제도가 농민들이 하기에는 까다로운 절차와 연말 예산의회가 임박해 20여 일 남짓 남은 시간에 2천 명 이상의 청원 서명을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농민수당이 너무나 절박한 과제다.

양평친환경농업인연합회을 비롯한 농민단체들과 논의한 결과 ‘비록 우리가 도전에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농민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어 최선을 다하자’며 조례청구를 결심했다. 농민수당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양평군은 주민 스스로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나서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됐다.

지난 며칠간 ‘양평자치와협동’은 양평군 농민수당 조례제정 청구 주민 발의 운동을 각계에 제안했고 주민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를 확인했다.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물맑은양평시장상인회’와 ‘양수리전통시장상인회’도 동의해 줬고, ‘한살림생협’과 ‘팔당생명살림생협’, ‘양평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앞장서게 됐다. 무엇보다도 양평 지역 내 지역농협들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여줘서 큰 힘을 얻게 되었다.

농민수당은 단지 월 5만 원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수당은 사라져가는 농촌 지역의 인구 소멸위기를 낮추고 지역 화폐로 발행됨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제 활성화에도 직접 이바지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소농과 고령 농에 대한 복지기능도 수행하며 귀농·귀촌을 통해 어렵게 정착하는 농촌 이주민도 돕게 될 것이다.

양평군의 주민 발의 조례제정 청구 운동이 성공한다면 양평군 지방자치 발전의 역사에 획기적인 한 획을 긋는 것이 될 것이다. 그동안 선거를 통해 뽑은 군의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못 하면 밖에서 욕하던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나서는 주민자치의 시대를 열고 있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던 시대가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설계하고 기획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양평자치와협동’은 양평군농민수당 조례제정 추진본부를 제안하고 공동대표단을 구성해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실무적인 뒷받침을 통해 양평군의 주민자치 역사가 새롭게 쓰이기를 바란다.

최재관 양평자치와협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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