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화학공장 사망사고를 예방하려면

2012년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 누출사고에서 알 수 있듯 화학공장 사고는 물적, 인적피해는 물론 환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때문에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공장의 설계ㆍ건설단계부터 사고예방을 위한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제49조의2)에 따라‘공정안전보고서(PSM, Process Safety Management)’를 제출ㆍ승인 받아야만 공장의 건설 및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소재의 공장에서 중대산업사고로까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은 울산, 여수, 대산단지 등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화학공장은 고온고압에서 운전을 하고 있어 위험(Risk)이 크지만, 2중ㆍ3중으로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자동제어시스템에 따라 정상 운전 중에는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정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연차 정기보수(TA, Turn Around) 기간 중에 발생한다. 즉, 평소에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의외로 높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은 상황이 좀 다르다. 안산 반월공단, 시흥 시화공단, 인천 남동공단, 평택 포승공단 등에 밀집해있는 수도권 화학공장은 작업자가 일일이 원료를 계량하고, 투입하고, 운전하는 이른바 회분식(Batch type) 사업장이다. 이러한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예방정비인 연차 정기보수가 없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설비를 수리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안전수준이 낮은 사업장일 경우에는 고장이 나지 않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또한, 수도권의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화학공장은 수요자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다양한 품목을 제작한다. 이는 잦은 생산품목의 변경으로 이어지고, 작업자가 생산품목을 혼동하여 이에 적합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재폭발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중소규모 공정안전관리 대상 사업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부터 충실히 지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째, 정상 운전 중에는 안전운전절차서(SOP, Safety Operational Procedures)에 따라 기본원칙을 지키고 적절한 순서대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생산품목이 생겼을 경우에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 등을 통해 꼼꼼히 파악하고,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할 경우에 어떤 위험성이 생기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위험성 평가’다. 즉, 화학공장의 위험성 평가는 ‘화학물질’과 이를 취급하는 ‘공정’에 대해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셋째, 정상 운전 중에는 절대로 화기작업이나 밀폐공간(Confined space) 출입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위험작업을 하려면 당연히 설비의 운전을 정지하고, 내용물을 비우고, 신선한 공기 등으로 치환(Purge)한 후 가스농도 등을 측정하여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데 애초에 쉬운 지름길은 없다. 이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기본’에 충실한 안전관리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호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화학사고예방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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