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올 1월29일 월례경제보고 발표 후의 기자회견에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장기호황(‘아베노믹스 경기’)이 기존 ‘이자나미 경기(2002년 2월~2008년 2월ㆍ73개월)’의 장기호황 기록을 넘어서 “전후 최장기 경기회복이 되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이자나미 경기’는 경기확대 기간은 길었지만 ‘실감할 수 없는 장기호황’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후 최장기 호황이 된 ‘아베노믹스 경기’는 ‘실감할 수 장기호황’인가.
일본의 명목 GDP는 2012년(10~12월) 493조 엔에서, 올해(4~6월기)에는 556.5조 엔으로 상승했다. 기업의 수익은 2012년도 48.5조 엔에서 2018년도 83.9조 엔(1.7배)으로 확대되었다. 유효구인배율은 2012년 12월 0.83배에서 2019년 7월 1.59배로 상승했다. 즉, 일본에는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9개 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 경기’는 일반 국민이 그 성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기호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내걸었던 디플레이션 탈출은 아직 완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베 수상은 2017년 11월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 “더 이상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그 성과를 강조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내각부)는 2006년 3월 디플레이션 탈출의 정의에 관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탈출해, 다시 그러한 상황에 돌아갈 전망이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서 최장기 경기회복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가. 향후 일본경제의 전망은 어떠한가.
‘아베노믹스 경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서는 우선 대규모 양적완화에 의한 엔고의 시정(엔저로의 유도)이 있다. 엔 달러 환율이 2019년 8월에 104엔 수준까지 하락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9월 이후 다소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2019년 10월1일부터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율이 인상(8%에서 10%로 인상)되었다. 당초 소비세 증세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가 우려되었지만, 현재로서는 개인소비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2019년 9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일본은행 단칸) 결과에 의하면, 대기업ㆍ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는 플러스 5로, 6월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동 지수가 플러스라면, 현재 체감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수가 부정적인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본 기업이 판단하는 체감경기가 다소 악화하고 있지만, 한편 여전히 체감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
향후 일본경기를 전망할 때, 국내적인 변수로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도쿄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경기후퇴에서 이를 얼마나 단기간에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국제적인 변수로서는 미중무역 갈등과 미국 등 세계경기 동향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구조화되면, 디플레이션 탈출은 정말로 어렵다.
한국에서 최근 디플레이션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경제를 전망하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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